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다고 자사 항공사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슈퍼 갑질 부사장 이야기로 온종일 시끄럽다.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로 향하던 중 다시 탑승 게이트로 후진을 하는 램프리턴(Ramp Return)이 있었단다. `램프리턴`은 정비가 소홀했거나 승객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취하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란다. 이 다급한 사안이 이번 경우에는 견과류를 내놓는 방식 때문에 발생했다나.
일등석에 자리 잡은 자사 항공사 여부사장에게 견과류를 `봉지 째` 건넨 게 발단이었다. 매뉴얼대로라면 승객에게 의사를 물어본 뒤 음료와 함께 접시에 담아내 줘야 한단다. 견과류 따위를 봉지 째 일등석 승객에게 안기는 것은 무례라 치자. 그렇다고 그 많은 승객들 앞에서 큰 소리를 지르고, 매뉴얼을 찾아보라고 윽박지르고, 당황한 승무원이 제대로 응대하지 못하자 책임을 물어 활주로로 향하는 비행기를 후진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했단다.
승객을 위한다는 모양새이지만 실은 승객을 무시하는 오너로서의 오만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에피소드이다. 승객의 안전은 관심도 없는 `갑`의 횡포만 횡횡한 그림이 그려진다. 황망하고 수치스러웠을 사무장의 인격은 또 어찌할 것인가.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것은 직원의 실수요 잘못이다. 하지만 그건 차후에 얼마든지 징계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오너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승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그들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는 것은 슈퍼갑의 횡포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가진 권력이나 누리는 지위를 남용하는 사람들부터 이 사회라는 비행기에서 내침을 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