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일찍 눈높이 대화법을 알았더라면 그때 아이에게 실수를 하지 않았을 터인데,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그 일에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 텐데…. 부모로서의 이런 죄책감을 상기시키게 하는 것은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관한 이론 공부를 너무 많이 한 탓도 있다고 본다.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다루는 책에서 둘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대부분은 부모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다. 부모를 위한 책이다 보니 그럴 것인데, 부모 입장에서는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 심한 경우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과연 그럴까. 그 어떤 부모라도 의도적으로 내 자식이 엇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평범한 부모 세대가 그렇듯 이렇다 할 자녀 교육 강좌를 들어본 적이 없고, 어떻게 키우는 것이 현명한 자녀교육법인지 알지 못한 채 자식을 낳고 길렀다. 그저 자신들이 옳다고 여기는 신념대로 아이에게 행해왔고 그것이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며 키웠다. 가로 늦게 이론서들을 접하니 모든 게 부모 잘못인 걸로만 보인다. 하지만 부모는 최선을 다해 키우고 자식은 운명처럼 제 갈 길을 간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자책감만 남게 될 뿐이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층일수록 그 자책의 정도는 깊어진다.
실수와 실패 없는 자식 교육이 어디 있을까. 더 이상의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그 실수는 결코 부모의 책임만이 아니라는 걸 동시에 받아들일 때 부모라는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선을 다하는 부모이면 족하다. 완벽한 부모를 꿈꿀수록 죄책감만이 친구처럼 따라다닐 뿐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