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트윈 보컬 이현섭 “유작 아직 미완성… 차츰 선보일 예정”
그는 올해 6년 만에 넥스트를 재결성하며 `넥스트 유나이티드`(NEXT.Utd.)로 이름을 바꾸고 밴드의 활동 방향에 변화를 줬다. 오케스트라 시스템처럼 기타리스트 정기송을 전체 밴드를 조율하는 수석으로 하고 악기 파트 별로 여러 연주자를 뒀다.
이 과정에서 신해철은 밴드 노바소닉 출신 이현섭을 자신과 함께 노래할 `트윈 보컬`로 영입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스템으로 가동될 밴드는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리더를 잃었다. 그가 생전 만들던 넥스트의 곡은 유작이 됐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이현섭(36)은 “(신)해철 형은 제가 포기하려던 음악의 끈을 이어가도록 해준 뮤지션이자 대인관계, 가족의 소중함 등을 일깨워준 인생 멘토였고 술 한잔 마시는 동네 형이었다”며 여전히 그의 부재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12년 가을이었다. 과거 넥스트 멤버였던 노바소닉의 베이시스트 김영석이 어느 날 이현섭에게 연락해 “해철이 형이 분당 인근 후배의 작업실을 쓰고 싶어한다”며 그의 작업실을 써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이후 신해철은 이 작업실에서 자신의 솔로 앨범과 넥스트의 곡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한 공간에서 이현섭을 지켜본 신해철은 지난해 초 그에게 “넥스트의 트윈 보컬로 활동하자”고 제안했다.
“작업실에서 제가 넥스트의 신곡 가이드 녹음을 하곤 했는데 어느 날 그런 제안을 하셨죠. 무조건 `오케이`였어요. `평생 형이랑 음악 하고 싶다`고 했죠. 대신 형에게 `약속 하나 해달라. (밴드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갈 테니 억지로 부담을 안고 절 데리고 있을 필요 없다. 믿고 의지하고 따를 테니 언제라도 편안하게 얘기해달라`고 했어요.” 이현섭이 이처럼 신해철에게 깊은 믿음이 생긴 건 음악인으로서 자신을 알아봐줬기 때문이다. 이현섭은 1999년 드라마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로 데뷔해 솔로로 앨범을 냈고 노바소닉의 4·5집에 보컬로 참여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삽입곡 `마이 러브`(My Love)가 대중이 기억하는 대표곡이다.
신해철은 그의 노래를 듣고서 “너의 목소리에 맞는 솔로 곡을 만들어 언젠가 앨범 프로듀싱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데뷔 이후 15년간 노래하면서 제 목소리에 맞는 곡을 받아본 적이 없어 감동이었죠. 2년 전 음악을 그만두려 했는데 형이 `넌 중고 음역대의 소리가 무척 좋다`고칭찬해줘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때 형이 `넌 가능성이 없다`고 하면 음악을 그만두려 했죠.”이달 중순 발표될 넥스트의 베스트 앨범에는 `아임 소 슬로우`(I`m So Slow), `리얼 월드`(Real World), `아이 원트 잇 올`(I Want It All) 등 신해철이 작업한 신곡 3곡을 비롯해 넥스트의 대표곡이 수록된다.
오는 15일 먼저 공개될 `아임 소 슬로우`는 사실 신해철이 이현섭을 위해 만들어 준 솔로곡이다.
`리얼 월드`는 신해철이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조카를 보면서 쓴 곡이다. 사회에 첫 걸음을 떼는 친구들에게 `이제 너만의 세상이 시작되는 거야, 모든게 너의 손안에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내용의 따뜻한 록이다.
반면 지난 9월 데모 버전이 공개된 `아이 원트 잇 올`은 장엄한 연주가 인상적인 록으로 두 보컬이 조화를 이뤘다.
이현섭은 “형이 작사·작곡한 10곡가량의 넥스트 신곡은 같이 노래한 게 90%”라며 “그러나 100% 완성된 곡이 적어 나머지 작업을 넥스트 멤버들과 하고 있다. 한꺼번에 발표하지 않고 차츰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