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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소극적 감사

등록일 2014-11-06 02:01 게재일 2014-11-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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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음폐수처리시설 문제가 계속 꼬여간다. 애당초 제대로 못한 후유증과 합병증이다. 이 사업에는 설계 감독기관인 한국환경공단, 설계사인 (주)동호, 기술공법사 (주)에코다임, 음폐수 공급 협약을 이행하지 않은 (주)영산만산업 등의 공동책임을 물어 포항시는 대구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포항시의회는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관련된 여러 기관·업체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니, 시나 시의회도 판단을 하기 힘들었고, 결국 법원과 감사원에 맡긴 것이다.

법원의 판결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감사원 감사는 신속하다는 점에서 감사원 감사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감사원도 다루기 힘들었던 탓인지, “법원의 결정에 따르라”며 일거리를 법원에 떠넘겼다. 애당초 판단을 법원에 맡겼으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옳았다. 시의회가 덧붙여 감사원까지 불러들이니, 감사원은 발 빼기 좋은 핑계가 생겼다. 가뜩이나 골치 아픈 일인데, 구실꺼리가 있으니, 감사원으로서는 홀가분하게 짐을 벗었다.

당초 포항시는 자체조사를 통해 한국환경공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음폐수 처리시설은 그 공법이나 기술이 워낙 전문적이어서 일반인들로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관련 기관끼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 결론은 쉽게 나지 않는다. 포항시의회도 관련자들을 불러 따져 물었지만, 변명·해명만 무성했을 뿐 결론을 내지 못해 결국 감사원에 의뢰한 것이다. 법원과 감사원은 `남의 골치덩어리`를 맡았고, 법원은 시간을 끌어서, 감사원은 법원에 공을 넘겨서, 서로 소극적 자세를 보일 것이다. 결국 속앓이를 하는 쪽은 포항일 뿐이다. 첫단추 잘 못 꿴 실책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포항경실련 정휘 집행위원장은 “우리 내부 조사로는 한국환경공단의 책임이 더 컸었다”고 했다. 김일만 복지환경위원장은 “감사원이 오류를 밝히기보다 어물쩡 넘어가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국가 최고 감사 기관으로서 적절치 못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감사원이 왜 이런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가.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감사권을 십분 발휘하면,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도 발을 뺐다는 것은 감사원의 사기(士氣)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감사원은 올 초부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다.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행정규제기본법에 이 조항을 넣자는 청와대와 감사원법에 넣겠다는 감사원과의 기싸움이 벌어졌고, 여당까지 합세해서 감사원을 몰아세우는 지경이니, `적극감사`가 어렵지 않았겠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포항시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변”을 당한 것이다. 이제 법원의 신속 적절한 심판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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