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결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감사원 감사는 신속하다는 점에서 감사원 감사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감사원도 다루기 힘들었던 탓인지, “법원의 결정에 따르라”며 일거리를 법원에 떠넘겼다. 애당초 판단을 법원에 맡겼으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옳았다. 시의회가 덧붙여 감사원까지 불러들이니, 감사원은 발 빼기 좋은 핑계가 생겼다. 가뜩이나 골치 아픈 일인데, 구실꺼리가 있으니, 감사원으로서는 홀가분하게 짐을 벗었다.
당초 포항시는 자체조사를 통해 한국환경공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음폐수 처리시설은 그 공법이나 기술이 워낙 전문적이어서 일반인들로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관련 기관끼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 결론은 쉽게 나지 않는다. 포항시의회도 관련자들을 불러 따져 물었지만, 변명·해명만 무성했을 뿐 결론을 내지 못해 결국 감사원에 의뢰한 것이다. 법원과 감사원은 `남의 골치덩어리`를 맡았고, 법원은 시간을 끌어서, 감사원은 법원에 공을 넘겨서, 서로 소극적 자세를 보일 것이다. 결국 속앓이를 하는 쪽은 포항일 뿐이다. 첫단추 잘 못 꿴 실책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포항경실련 정휘 집행위원장은 “우리 내부 조사로는 한국환경공단의 책임이 더 컸었다”고 했다. 김일만 복지환경위원장은 “감사원이 오류를 밝히기보다 어물쩡 넘어가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국가 최고 감사 기관으로서 적절치 못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감사원이 왜 이런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가.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감사권을 십분 발휘하면,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도 발을 뺐다는 것은 감사원의 사기(士氣)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감사원은 올 초부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다.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행정규제기본법에 이 조항을 넣자는 청와대와 감사원법에 넣겠다는 감사원과의 기싸움이 벌어졌고, 여당까지 합세해서 감사원을 몰아세우는 지경이니, `적극감사`가 어렵지 않았겠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포항시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변”을 당한 것이다. 이제 법원의 신속 적절한 심판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