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와 행정부가 다들 자기들 좋을대로 법을 만들어 제 실속을 차리는 나라에서 국민은 주인이 아니다. 국민은 세금을 내라는 대로 내고, 공직자들은 그 혈세를 마음대로 나눠 먹는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국민은 선거 기간에만 주인이고, 선거 끝나면 노예로 떨어진다”는 말은 명언이다. 이것이 비정상인 줄은 알지만 국민은 그 힘을 `조직화`하지 못한다.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 만한 조직력을 갖지 못한다. 국민연금의 3배나 많은 연금을 받는 공무원들은 그 두둑한 자금력을 이용하고 조직력을 가동시켜 전국적 규모의 집단집회를 열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의 목소리는 모기소리 처럼 가늘고, 그들의 소리만 크게 들린다.
1950년에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그동안 개악만 해왔다. 정권들은 그들의 표가 겁나서 급여도 올려주고 연금도 부풀렸다. 1995년, 2000년, 2009년 세 차례나 개선을 시도했지만,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덤비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수술이 불가피한 중병인데, 소독약만 바르고 말았다. 납세자들은 이미 화병이 중증이다. “국회가 이번에 제대로 고치지 못하면 싹쓸이 물갈이 하겠다”고 벼르고,“자기들 마음대로 법 만들고 제 멋대로 국민혈세 뜯어먹는 비정상을 바로 고치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고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여의도에서 공무원들의 궐기대회가 열리던 그 시각에 광화문에서는 시민들의 모임이 있었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 은 `공무원 연금 개혁 촉구 납세자 한마당`을 열었다. “공무원연금 적당히 받아가라! 세금 내는 국민 등골 휜다” “공무원 월급만 철밥통인 줄 알았는데, 연금도 철밥통인가”라는 비판의 소리가 쏟아졌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사실이지만, 공무원들은 재직시와 퇴직후에도 `검은고리`를 맺고 온갖 이익을 취했다. 그래서 관료마피아란 소리까지 들었다. 그런데도 자숙하지 않고 `종신 철밥통 건드리지 말라”고 외치니,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 공무원인가.
여당은 단단히 각오하고 국민의 뜻에 맞추려하는데, 야당은 핑계가 많다. 여당과 각을 지는 것이 야당 체질이지만,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면 동행도 필요하다. 공적연금을 이대로 두었다가는 `연금재앙`이 올 수도 있다. 이탈리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