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효과적으로 지배하려면 그 나라의 민족정신을 말살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역사를 파괴·왜곡하고, 전통문화를 지워버리고, 패배주의를 심어주는 그런 과정을 우리도 일제 강점기때 겪었다. 그 식민지배의 독소를 씻어내고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일이 급하다. 이 일에 정부가 힘을 많이 기울이고 있어 다행이다. 전통술을 재현하고, 전통기술을 보존 발전시키고, 전통 음식을 계승하는 노력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전행정부는 그동안 전통기술을 지원하는 일에 열성을 보였다. 조선시대 궁중의 인장을 전통기법으로 재현하려는 시도는 한 사기꾼에 의해 실패하고 오명만 남겼지만, 그것도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시행착오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고, 숭례문 복원사업에 얽힌 비리도 같은 맥락이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전통기술 지원 1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25가지 전통기술을 선정해서 지원했고, 그것은 지역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2배 이상의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것은 창조경제의 한 효과였다. 그 결과를 보고 용기를 얻은 정부는 올해 2단계 사업을 벌였고, 19가지의 전통기술을 선정해 지원키로 했다.
궁중 예복에 금박을 입히는 금박공(서울 종로구), 칠보공예(서울 금천구), 경남 통영의 생활누비, 전남 목포의 금속회화, 경남 합천의 천연염색, 전북 전주의 종이우산, 충북 단양의 자석벼루, 강원도 철원의 현무암공예, 국악기 1점 등이 선정됐는데, 그 중에서 경북도는 4가지의 전통기술이 선정됐다. 경주의 전통손누비와 전통먹, 청송의 전통한지, 문경의 전통민요 등이 그것이다.
경주의 전통먹장 유병조(74)옹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5호이고, 지난 10월에 `묵향 담긴 신라 천년`이라는 주제로 먹전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소나무 태운 그을음에 아교를 섞어 만든 송선먹 송향먹 송연주먹먹 등이 선보였고, 기름을 태운 그을음으로 만든 유연먹도 나왔다. 그리고 유리판에도 갈아지는 먹도 전시되었다. 전통한지의 수명이 천년인데, 전통먹의 생명력도 천년을 간다. 먹글씨를 쓴 종이를 태우면 종이는 사라지지만 먹의 흔적은 희미하게나마 남는다. 실로 신비로운 생명력이다.
정부가 전통주류의 계승발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변하지만 음식에 관한 정책은 꾸준해야 효과가 발휘된다. 일본의 음식문화는 지금 거의 예술의 경지로 가고 있다. 우리는 `맛`을 위주로 하지만 일본은 `모양`을 더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음식은 예술이다”란 평가를 받는 것이다. 우리의 `떡문화`는 세계적으로 매우 독특하다. 이를 지원해서 예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리는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 보여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