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직원 나몰라라… ‘금융지주로서 배려 없는 행동’ 비판 일어<br> 오히려 갈등 양산하는 행위 자제해야
하나‧외환은행 갈등이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은, 지난 8일 양 행 직원들을 불러 모은 산행 자리에서 조기통합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얼마 전 사측에서 통합이사회를 연기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한 터라, 김 회장의 이 같은 태도는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직원들은 “화합이라는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참석한 직원들에게는 뒤통수를 치는 격이다.”, “공개적으로 김 회장의 입장을 들으니 정말 조기통합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사측의 말과 달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날의 산책은 시작 전부터 불협화음의 조짐을 보였다.
평소 은행권에서는 매 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정시 퇴근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다음날인 9일은 한글날, 즉 국가공휴일로 지정되어있어 짧은 휴가를 즐기려던 직원들이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영업 도중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왔다. 내일이 공휴일이라 빨리 업무를 끝내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했지만 현재로선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늦은 밤에 억지로 끌려와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위에서 눈치를 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니냐.”며 이 날 행사를 비판했다.
김 회장의 행사를 위해 피해를 본 것은 직원들 뿐 만 아니다. ‘한양 도성 박물관’ 역시, 김 회장의 관람 요구에 평보소다 폐장시간을 늦춰야만 했다. 평소 박물관 관람을 즐기는 김 회장이 행사 계획에 직접 코스를 추가했지만, 많은 직원들이 늦은 시간에 한꺼번에 몰려 제대로 된 관람을 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조기통합 강행에 이어 ‘산책’까지도 강행의 모습을 보여준 김 회장은, 이 날 실수인지 의도적인지 모를 발언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산책 후 기자들과 모인 자리에서 ‘직원 징계건’에 대한 물음에 김 회장은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는 앞서 양 행의 만남에 직접 중재인으로 나서겠다며 주장하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양 행을 통합하는 문제는 노조가 합의하고 지주가 중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이는 현재 이루어지는 갈등 상황에 대해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현재 외환은행 노‧사간 갈등상황의 가장 큰 문제점은 2.17 노사정 합의서의 이행 여부다.
사측이 이 합의서의 내용을 반하고 조기통합을 주장하는 것에 외환은행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태지만, 김 회장이 이를 직원들의 님비현상 쯤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 외환은행 직원은 “외환은행 인수에는 론스타 사건이, 이번 조기통합에는 합의서 불이행이 배경으로 작용하는 지금 어떻게 직원들이 조기통합을 찬성할 수 있겠느냐”며 사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또한 당장 징계의 어려움에 처해있는 직원들을 두고 화합이니 산행이니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배려가 부족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지주로서의 근본적인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무슨 중재에 나서겠냐는 것이다.
이처럼 김 회장의 잘못된 소통방식이 오히려 외환은행의 갈등 상황을 극으로 몰아가고 있다. 갈등 상황을 중재하겠다던 행보와는 달리 갈등을 양산하는 지주로서의 모습이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있는 지금, 김 회장의 신중한 태도가 필요한 때다. /뉴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