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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사로잡은 여배우 3인방

연합뉴스
등록일 2014-10-08 02:01 게재일 2014-10-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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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 이유리·`마마` 송윤아·문정희, 불꽃열연 `인기`
▲ 왼쪽부터 MBC TV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와 MBC TV `마마`의 송윤아, 문정희.
드라마의 완성도와 수준을 놓고 혀를 차도 어쩔수 없다. 개연성을 두고 손가락질을 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연기는 일단 한번 보고 말을 해도 해야 할 것 같다. 통속극에서 만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던 불꽃 열연이 안방극장을 수놓는다.

종영을 1~2주 남겨둔 MBC TV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34)와 MBC TV `마마`의 송윤아(41), 문정희(38) 얘기다.

이들의 열연은 지상파 방송3사가 야심차게 내놓는 월화극과 수목극이 총체적으로 난국인 상황이라 더욱 화제다. 또 힘을 준 시대극이나 사극도 아닌, 평범한(어쩌면 평범 이하일 수도 있는) 통속극 속에서의 열연이라 더욱 빛난다.

종영을 단 2회 남겨둔 `왔다! 장보리`는 악녀 연민정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상태다. 연민정의 악행이 하도 기상천외하고 `불굴의 의지`로 끊임없이 전개되는까닭에 `왔다! 장보리`는 뒤로 갈수록 `막장`의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

제작진은 주인공 보리의 `닥치고 박애정신`으로 조금이라도 `면피`를 해볼까 바라는 것 같지만 궁지에 몰린 연민정의 발악과 그 내용의 강렬한 전개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민정을 맡은 이유리가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신들릴듯한 연기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섬뜩한 표정으로 간악한 모사를 꾀하고, 입만 열면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내뱉다가도 일이 뜻대로 안 되면 속절없이 철철 울고,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어젖히는 이유리의 연기는 점입가경이다. 뒤로 갈수록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운 연기를 하고 있다. 특히 울다가 웃는 사이코패스 같은 연기는 압권이다. 유산한 후 오열하는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기자의 한없이 가볍고엉성한 표변이 아니라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180도 변신을 이유리는 자유자재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종영까지 4회 남은 `마마`도 그 내용은 새로울 게 없다. 전형적인 신파극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두 여주인공인 송윤아와 문정희의 내공이 흠씬 묻어나는 연기 덕에 시청의 몰입도를 높인다.

고생 끝 성공했지만 시한부를 선고받아 생때같은 아들을 홀로 두고 떠나야 하는한승희와 그런 한승희가 사실은 자기 남편의 아이를 홀로 키워왔다는 사실을 모른 채 온 마음을 다 줬다가 뒤통수를 맞은 서지은이 주고받는 감정과 이야기는 통속극의 상투성을 벗어난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라, 같은 재료라 해도 인물 속으로 들어간 배우의 연기가 어떠냐에 따라 신파극 연기도 예술의 경지가 될 수 있음을 송윤아와 문정희는 보여준다.

한승희로 분한 송윤아의 땅으로 꺼질 것 같은 차분하고 가라앉은 톤과 서지은으로 분한 문정희의 티없이 맑고 순수한 톤이 부조화 속 조화를 이루며 앙상블을 낸다.

실제 현실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송윤아는 오랜만의 연기 복귀작에서 인생의 깊이가 한 뼘 깊어졌음을 연기에 녹여내고 있다. 위암 말기 환자의 신체적 고통과 세상에 홀로 남을 아들에 대한 애끊는 모정, 생전 처음으로 마음을 열어 보인 친구 서지은에 대한 말로 다할 수 없는 미안함이 모두 깊은 회한 속 절절하게 표현된다.

문정희는 구김살 없이 자라나 순진하고 애교가 넘치는 밝은 캐릭터에서 하루아침에 치욕적인 배신감에 휩싸이는 인물을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다. 초반에는 귀엽고사랑스러운 아줌마를 연기하며 디테일이 깨알같이 살아있는 연기를 펼치더니, 후반에는 배신감에 휩싸인 서지은의 심리 변화를 시청자가 마찰음 없이 따라갈 수 있게 이음새 없이 그 변화를 소화해내고 있다.

덕분에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인 한승희와 서지은이 서로에게 향해 보내는 애틋한 마음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청자에게 전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물들의 기막힌 사연과 처지가 이 두 배우를 만나손에 쥘 듯한 생명력을 띠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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