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영화 `카트`서 비정규직 직원들의 애환 그려내
30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CGV압구정에서 열린 새 영화 `카트`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염정아(42)는 “연기하면서 분노를 느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염정아가 분한 한정희는 한국 대표 마트인 더마트의 비정규직 직원이다.
두 아이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에 “반찬 값이 아니라 생활비를 벌러” 마트에서 일하는 한정희는 정규직이 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성실한 인물이다.
영화는 한정희를 비롯해 갑자기 부당 해고를 당한 더마트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가족들과의 정이나 동료애 등을 느끼는 모습을 담아냈다.
상업 작품으로서는 처음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는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됐다.
영화를 연출한 부지영 감독은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사안인 비정규직 문제를 극화한 휴먼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지금 이 시대에 꼭 만들어져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리얼리티를 담으면서 영화적인 드라마도 완성해야 하는,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어요.”(부지영 감독) 이번 영화는 염정아 스스로 “대기실이 여탕 같았다”고 농담할 정도로 여자 배우일색이다.
한정희와 함께 적극적으로 투쟁을 이끄는 비정규직 동료 혜미는 문정희(38)가 맡았다. 어린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는 혜미는 복직을 조건으로 내건 사측의 회유에 고민하게 된다.
문정희는 “어떻게 보면 있을 법한 일인데 제 삶으로 다가왔을 때 오는 충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애(53)도 “내 청소밥 20년에 악소리 한 번 제대로 내볼란다”고 투쟁에 나서는 청소원 대표 순례로 등장한다.
“지금껏 정치색을 드러낸 적도 없었고 보수 성향에 가깝다고 생각했기에 시나리오를 보기 전엔 좀 망설였다”는 김영애는 “상상조차 못했던, 사회적인 제일 약자 계층의 이야기를 알게 됐고 다른 사람들도 이를 알았으면 해서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최저 임금을 받지 못한 일을 계기로 엄마 한정희의 투쟁을이해하는 아들 태영은 `대세` 아이돌 그룹 엑소의 디오(도경수)가 맡았다. 도경수는이번 작품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염정아는 촬영 분위기에 대해 “실제로 현장은 정말 끈끈했다”면서 “한쪽에서 연기하고 있으면 촬영하지 않는 다른 쪽에서도 눈물을 흘리고 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요즘 영화가 세상을 많이 바꾼다고 생각해요. 작게나마 저희가 애써서 만든 영화가, 소수 주목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도움과 용기와 힘이 됐으면 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