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女연예인 분투기<Br>최고 시청률 19.8% 기록<BR>프로그램 폐지론 잠재워
◇육아예능 누른 여자 연예인들
언젠가부터 TV 예능계는 육아예능이 점령해버렸다. 출산율이 바닥을 치는 나라에서 아기와 어린이를 키우는 연예인 부모의 이야기가 관심을 끄는 아이러니가 꽤나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이 주말예능 최고 강자인 육아예능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눌러버렸다. 14일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시청률은 16.9%. 앞서도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은 1~3회 17.7%, 17.4%, 17.8%를 각각 기록하며 출발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의 인기도 아이러니라는 점에서는 육아예능 돌풍과 맥을 같이한다. 윤일병 사건 이후 군대 내 가혹행위, 폭력행위에 대한 고발과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한때 네티즌 사이에서 `진짜사나이` 폐지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군대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보란듯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가 봐도 재미있는 극기훈련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의 매력은 남녀노소가 봐도 재미있는 여자 연예인들의 극기훈련이다. 남자 연예인들의 극기훈련과는 차원이 다르다.
바람불면 날아갈 것 같은 하늘하늘한 여성 스타들이 혹독한 훈련을 겪으며 눈물콧물 쏟아내는 모습, 그들이 같은 여성이지만 영락없이 남자같은 여성 장교들에게 가차없이 `조련`되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감정이입을 이끈다.
누구나할 것 없이 `저질 체력`을 보여주는 출연자들이 숨이 넘어갈 듯 호흡곤란에 직면하고 젖먹던 힘까지 죽을 힘을 다해 짜내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모습은 진짜 실제상황처럼 보인다는 평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봐도 끔찍한 화생방훈련을 비롯해, 미소 한번 잘못 지었다가 `꼬투리`가 잡혀 박살나고 건빵을 주어진 시간 내에 다 먹어치우기 위해 우적우적 먹어대는 여자 연예인들의 모습은 그들이 화장을 지우고 카메라 앞에 선 순간부터 지금까지 쭉 감동과 함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여기에 군대는커녕 조직생활도 익숙하지 않은 천방지축 막내들이 웃지 못할 시행착오 끝에 `나`가 아닌 `우리`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모습, 그 와중에 군계일학으로 `군대체질`임을 보여주고 있는 고참 언니의 발견, `엄마의 힘`으로 한참 어린 후배들보다 근성을 보여주는 선배들의 `악`은 그 안에서도 또다른 `드라마`다.
내심은 여느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한 수준을 생각하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들 출연진이 쏟아내는 눈물과 겪어내야하는 고통은 단순한 `놀이대결`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15일 `여군특집`의 성공에 대해 “기본적으로 색다름이 호응을 얻은 것이고, 짜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리얼함을 보여주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50대 남성 시청자 최준혁 씨는 “여군특집을 처음부터 다 봤는데 한순간도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내 군대 시절도 생각하고 여자 연예인들이 군대체험을 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여성 스타와 여군의 조화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의 인기는 여자 연예인들의 분투기에만 있지 않다. 그들을 대하는 같은 여성 장교들의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모습이 여자 연예인들의 `당나라 군대`와 대비되며 군대체험기의 `극성`을 강화한다.
주 교수는 “분대장 등 연예인이 아닌 여군들이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연예인이라고 봐주지 않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는 여군들의 모습이 훈련받는 연예인들과 대비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대개 연예인들은 많은 부분에서 `특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여군특집`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어떤 특혜도 받지 않는 것 같은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그들을 그렇게 `굴리는` 군인들의 모습도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주 교수는 “여군의 입장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군대 자체가 희화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제대로 훈련을 하지 않으면 진짜 화가 났을 수도 있다”면서 “어떤 프로든 리얼리티와 휴머니티가 있으면 성공하는데, 이 프로는여성 장교들의 군인으로서의 진정성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