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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대비하지 못한 후회

등록일 2014-08-26 02:01 게재일 2014-08-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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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발생한 영천시 괴연저수지 둑 붕괴사고는 미리 대비하지 못한 인재였다. 1945년에 축조돼 내구연한 60년을 훨씬 넘긴 저수지인데, 당국의 안전점검은 눈가림에 불과했음이 이번 호우에서 드러났다. 영천시 관내에는 928곳의 저수지가 있고, 매년 분기별로 1회 점검하고 있으나, 별 다른 장비 없이 직원들이 육안으로 둘러보는 것이 전부다. 노후화된 저수지가 70%를 넘는 데, 이런 식으로 원시적 점검을 해도 되는 것인지. 영천시 측은 “점검직원들이 전문가들이어서 육안으로 봐도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했지만,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영천시는 안전점검에서 A~E등급으로 매기는 데, 괴연저수지는 B등급으로 분류됐다. A~C등급은 안전하다는 평가지만, 주민들의 평가는 달랐다. 주민들은 수년전부터 보수공사가 필요하다는 민원을 제기했고, 지난 5월 말에는 시민들이 시청을 찾아가 “괴연저수지가 물이 새는 것같다”고 알렸지만, 직원들이 한 차례 현장을 찾았을 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직원의 `육안점검`이 얼마나 신빙성 없는 점검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례이다. 이런 믿을 수 없는 공무원들에게 행정을 맡겨도 좋은지. 부실행정·무책임행정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

포항시와 남부지방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 매개곤충인 솔수염하늘소가 활동을 시작하기 전인 4월 말까지 총 35만4천본의 피해목을 제거했는데, 올 상반기 동안 집행하고 남은 잔액이 9억원 뿐이어서 하반기 방제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시는 부족 예산에 대해 산림청에 긴급지원을 요청하고 추경예산에 반영할 방침이지만, 미리 대비하지 못한 후회가 남는다. 특히 소나무재선충방제T/F팀의 팀장이 4개월째 비어 있는 것도 방제의지를 의심케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100억원 이상의 방제예산이 들어갔지만 재선충은 숙지지 않고 더 기승을 부린다. 고사목에 알을 낳는 솔수염하늘소는 고사목을 제거해도 다른 소나무에 알을 낳기 때문에 시의 방제활동은 늘 뒷북이나 치는 양상이다. 재선충과의 전쟁에서 당국은 늘 밀리기만 하는데, 예산 확보도 제때 못하고, T/F팀 팀장도 장기간 공석이라 책임감이 떨어지니, 애당초 재선충에게 `항복`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

올해 여름 불빛축제가 벌어지던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해맞이공원 해안도로 절개지에서 옹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발생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축제 관련 차량과 인파가 몰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곳은 10년이상 낙석과 토사가 흘러내리는 현상이 반복돼 지난해 3월 옹벽 설치 등 보강공사를 했으나, 일년 남짓만에 무너지니, 그 또한 눈가림식 부실공사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무책임 행정에 대한 철저한 문책이 없으니 이런 인재(人災)가 반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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