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도의원까지 `甲질`이냐

등록일 2014-08-25 02:01 게재일 2014-08-25 19면
스크랩버튼
국회의원의 `갑(甲)질 출판기념회`가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9월 국정감사때 마다 국회의원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고, 연말의 예산심사때도 그렇다. 이른바 `국회의원이 힘 쓸 시기`에 뇌물 긁어모으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상한 법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때 받는 `책값`만은 정치자금법에 걸리지 않고, 신고의무도 없다. 변칙모금이 가능하도록 국회의원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개구멍`이 있다. 출판기념회 한 번에 1억원에서 3억원씩 모으고, 실세의원은 5억에서 10억원을 번다는 것이다.

줄을 길게 늘어서서 돈봉투를 내고 눈도장을 찍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임위 관련 유관 단체나 기업인이고, 가끔 장관들이 직접 줄을 서기도 한다. 결국 출판기념회는 `을(乙)들의 입법로비 통로`가 된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쓸어 담는 사람은 예결위 의원들이라 한다. 책 한 권 값은 1만~2만원이지만, 기본은 10만~20만원이고, 대기업은 수천만원을 축하금으로 내기도 한다. 출판기념회에서 긁어모은 재산이 억대지만, 이렇게 불어난 재산을 곧이곧대로 신고하는 국회의원은 없다. 현금으로 보관하거나 지인의 이름을 빌린 차명계좌에 넣어두고 곶감 빼먹듯 쓰는 경우가 많고, 정확한 액수는 보좌관도 모를 수 있다고 한다.

얼굴에 철판 깔고 입법로비자금 쓸어담는 국회의원도 있지만, 일말의 양심을 가진 의원들은 그런 속보이는 甲질을 하지 않는다. 아예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거나, 계산기를 놓고 `정가`만 받아 투명하게 밝히는 의원도 있다. 출판되는 책들이 대부분 `유령작가`들이 대필한 것이고, `읽혀지는 일` 없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해 폐지 수집상의 손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법 부당한 국회의원의 甲질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하는 과제를 놓고 지금 논의가 무성하다. 국회 회기 동안 하는 일은 전혀 없는데도 무노동무임금에 해당되지 않는 특혜를 받으면서 정치자금법에서도 특혜를 받는 의원들이 설치는 한국. 그래서 “정치인들이 정치를 망치고 나라를 망친다”는 소리가 나온다.

최근에는 도의원까지 갑질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 위원들이 제주도까지 가서 연찬회를 하고 돌아오는데, 도의회 앞마당에 도청 고위간부 10여명이 도열해서 버스에서 내리는 도의원들을 영접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특히 이 날은 을지훈련이 진행중인 `비상상황`이었다. 누구든지 자기 앞에서 굽실거리는 사람이 많으면 기분 좋아지기 마련이고, 예우가 소홀하다 싶으면 `집행부가 올린 안건에 대해 몽니를 부리는` 모습이 그동안 심심찮게 보여진 것도 사실이다. 참으로 치사한 권위주의이고, 옆구리 찔러 절받기나 다름 없다. 국회의원들의 못된 버릇을 지방의원들도 따르는 것같아서 씁쓸할 뿐이다.

이경재의 일본을 읽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