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이고, 특히 태권도 발상지에서 개최되는 세계태권도대회인데 대회장 천정에서 빗물이 새는 바람에 대회를 진행하지 못한다면 이런 망신이 어디 있는가. 마른장마 후 늦장마가 있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고가 있었고 특히 동해안의 집중호우가 예고된 상황에서 큰 대회를 앞두고 미리 대비하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국기원 관계자들도 “국제태권도대회를 국내 곳곳에서 치러봤지만 실내체육관에 비 새는 곳은 포항뿐”이라 했다. 이 건물은 1985년 준공됐고 30년 된 노후건물이라 평소에도 빗물이 떨어졌다. 그래서 체육관을 대여하는 사람들은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대회를 진행하곤 했다”고 한다. 천정이 부실하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가 이번 같은 대실책을 만들었다. 근래 들어 일기예보가 비교적 잘 맞아들어가는데 늦장마가 예견됐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무사안일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포항의 부실 건설현장은 한 두 곳이 아니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리 일대가 도로확장공사로 산사태 위험이 높았지만 포항시는 수수방관이었다. 산을 깎으면서 드러난 절개지가 수직에 가까워서 장마에 낙석과 토사유출 등이 일어날 위험이 높았지만 포항시 관계자는 “아직 공사가 진행중이고, 원래 대부분 공사가 이렇게 이뤄져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태평스러운 자세였다. 그러나 이 곳을 자주 이용하는 주민들은 불안해했다. 주변 아파트의 주민들은 “산을 통째로 깎고 있는데 안전지침에 맞게 공사가 진행되는지 의문”이라 했다.
포항시 북구 장성동 현진에버빌 1단지의 4m 높이 외부 콘크리트 옹벽이 최근 붕괴위험으로 통행이 제한되자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현장 확인 결과 이 옹벽은 외장블록이 심하게 떨어져나간 것은 물론 한 눈에 봐도 앞으로 많이 기울고 곳곳에 균열이 발생해 있었다. 경북환경시민연대 측은 “포항시가 뇌물수수 비리 등으로 얼룩진 사업현장인 만큼 주민들의 우려가 확산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더 철저해야 할 것”이라 경고했다.
장마와 집중호우에도 안전이 보장되는 건축물이 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은 항상 미리 살펴야 한다. 세월호의 교훈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