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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인심이 이래서야

등록일 2014-08-08 02:01 게재일 2014-08-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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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깍쟁이`란 말은 있어도 `농촌깍쟁이`란 말은 없었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농촌 인심을 대변하는 말이다. 가난하게 살아가지만 정신적 풍요는 있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농촌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 `도시물`이 들어버린 것이다. `농촌 사람이 도시 사람 사기 친 이야기`는 유머에도 등장한다. “참깨를 타작하는 마당에서 참깨를 사는데도 중국산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중국 수입산 깨를 밑에 깔아놓고 그 위에서 국산 참깨 타작을 하니 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순박한 농촌 인심`이란 말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

요즘에는 선산(先山)에 조상의 묘를 쓰기도 어렵다고 한다. 장례행렬이 마을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때 마을에서 `시신 통과세`를 낼 것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불응하면 마을 사람들이 행렬 앞을 가로막아 진행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시체가 마을을 지나면 재수가 없고 부정탄다”는 이유다. 그 `부정타는 대가`로 100만원에서 200만원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외국 사람들은 장례행렬이 지나가면, 모두 모자를 벗고 조의를 표한다. 재수 없다느니, 부정탄다느니 하는 소리는 일체 없다. 고달픈 삶을 끝내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고인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도 있다.

농촌 인심을 각박하게 만든 원인의 일부도 도시 조문객들이 제공했다. 음식물을 함부로 버려서 환경을 어지럽힌 경우도 있고, 길을 가면서 호박이나 오이 가지 등 농작물을 따가는 짓도 한다. 그래서 조문객들이나 피서객들이 한번 지나간 후에는 잃어버린 농작물이 많다고 한다. 그 농작물도 농가 소득의 일부인데, 도시 사람들이야 무심코 따가겠지만, 농민들은 `재산을 도적맞는 일`이다. 그래서 장례행렬을 막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 고인(故人)이 생시에 고향마을을 위한 공헌 마을 을 많이 했다면, 온사람들이 조문을 가지만, 아무 공헌도 없이 `죽어서야 돌아오는` 경우라면 괘씸해서라도 `통행료`를 받겠다고 할 것이다.

최근에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한 마을에서 이장 선거를 하는데, 3차까지 가도 결정이 나지 않아 4차 투표를 하게 됐는데, 이때 마을회관 마이크에서 “세입자는 투표하지 마시오”라는 방송이 나왔다고 한다. 3차까지 투표를 했는데, 느닷없이 4차에는 투표하지 말라니, 전세 월세 사는 것도 억울한데 투표권까지 박탈하는 인심이 너무 박절하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이런 행위는 업무방해가 된다.

최근 쌀 수입개방을 두고 일부 농가에서 벼를 갈아엎는데, 곧 이삭이 팰 벼를 죽이는 행위는 결코 `농민의 자세`가 아니다. 그것이 충격적 장면이라 `효과적 시위`가 될 수는 있지만, 농민이 벼를 갈아엎는 행위는 오히려 반감만 살 뿐이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농촌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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