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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은폐`죄, 가중처벌을

등록일 2014-08-06 02:01 게재일 2014-08-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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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중에 가장 무거운 죄가 `괘씸죄`라는 말도 있지만, `쉬쉬죄`또한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근래 군에서 일어난 연이은 범죄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군사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은폐되는 병영문화 때문에 군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덮히고, 묻히고, 축소되면서 군범죄가 상습화되고 대형화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2사단 GOP에서의 임병장 총기난사사건도 `오래 쌓여온 악습의 폭발`이었다.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집단 따돌림과 모욕이 얼마나 심했으면 그렇게 복수했을까”싶은 것이다.

지난 4월 28사단에서는 윤모 1병에 대한 집단 구타, 비인간적 학대, 모욕 등 가혹행위가 무려 4개월간 계속됐지만, 덮고 축소하는 병영문화 때문에 그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직속 상관들은 알고도 쉬쉬했다. 결국 윤 일병은 온몸이 성한 곳 하나 없이 구타를 당하고, 온갖 비인간적 학대를 받으면서 동물처럼 지내다가, 명치끝 급소를 맞아 숨을 거두었다. 의무부대에서도 살리지 못할 정도의 구타였다면 고의적 살인이다.

사람을 죽인 선임병 4명은 자신들의 죄를 숨기기 위해 입을 맞춰 거짓말을 했고, 4개월간 은폐 축소가 지속돼 완전범죄가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윤 일병의 친인척 중에는 변호사도 있고, 군의관 출신도 있었다. 유가족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사회단체가 들고 일어나 문제제기를 하면서 진상이 차츰 드러나기 시작했다.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에 착수하면서 뒤늦게 나마 모든 것이 밝혀졌고, 온 국민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것은 바로 `악마들의 행위`였다. 그리고 후임병들에 대한 선임병들의 학대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는 것도 밝혀졌다.

마침내 국회는 `국방장관 현안 보고회`를 소집했고, 취임한 지 며칠 되지 않은 한민구 국방장관이 불려나가 호된 질책을 당했다. 당초 16명 선에서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 했으나, 처벌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처벌 수위도 `상해치사`에서 `살인`으로 높여질 전망이다. `축소 은폐`가 일상이 돼버린 병영의 `쉬쉬문화`가 없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범죄였다. `비밀주의 장벽`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범죄로 키워놓은 것이다.

경북도는 도립안동노인요양병원을 비롯, 포항, 김천, 경산노인병원 등 4곳에 대한 자체감사를 벌였는데, 감사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 자체감사란 본래 하나마나한 감사지만, 거기다가 은폐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만 키워간다. 투명경영을 했다면 `작은 비리`로 끝났을 것을 쉬쉬하다가 `큰 범죄`로 키우는 것은 아닌지, 이 또한 중앙감사기관이 집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그리고 `쉬쉬죄`를 가중처벌하는 법문화를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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