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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강이 무너지는 사회

등록일 2014-07-22 02:01 게재일 2014-07-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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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강화군에 있는 한 요양병원은 노숙인을 강제로 입원시킨 후 요양급여 15억원을 받아 챙기다가 적발됐다. 알코올중독을 치료한다며 환자의 손과 발을 묶어 독방에 감금하기도 하고 가혹행위로 환자가 숨지기도 했다. 가족이 있는 사망자를 `무연고자`처리해달라고 군청에 요구했고 담당 공무원은 병원측의 요구대로 행정조치를 해주었다.

탈북자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들었고 1년간 38명에게 5억원을 뜯어내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또 필로폰 2억1천만원어치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명 구속, 1명 불구속 입건, 4명을 수배했으며, 범죄조직이 통장을 만들도록 명의를 빌려준 김모(19)군을 입건했고, 필로폰 관련자 11명을 사법처리했다. 탈북자 관리를 부실하게 한 관계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정신을 차리는 것 같았으나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최근 포항북부경찰서는 한국도로공사 영수증과 계량확인서를 위조해 5개월간 제강회사로부터 1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물류회사 대표 김모(48)씨 등 59명을 입건했다. 또 포항, 경주 등지에서 고철을 싣고도 부산이나 경남 창원시에서 실은 것처럼 속여 제강회사로부터 1억원을 챙겼다. 대구에서는 고의로 폐업 및 자금세탁 역할을 각각 담당하는 업체를 앞세워 수십억대를 탈세한 고철업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구속됐다.

우리사회에는 아직 위조와 탈세가 횡행한다. 여전히 가짜 식품이 활개친다. 수입 삼겹살을 국산과 비슷하게 가공해 팔고, 수입산 배추김치와 쇠고기, 고춧가루 등도 국산으로 비싸게 팔리고 있다. 국내산 삽겹살은 칼로 자르기 때문에 절단면이 불규칙하고, 수입산은 기계로 자르기 때문에 매끈하다. 수입산 절단면에 손을 대 불규칙하게 만든 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원산지를 속여 팔면 갑절 이상의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원산지 표시 위반이 횡행한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은 올 상반기에만 벌써 379곳을 적발했다. 원산지를 속여 표시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해지지만 범죄행위는 근절되지 않는다. 당국의 단속활동이 더 적극화돼야 할 부분이다.

경북 동해안 지역의 올 상반기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2014년 상반기 동안 포항, 경주, 영덕, 울진, 울릉 등지에서 실업급여 부정수급자 112명을 적발하고, 2억1천여만원을 환수했다. 허위로 고용보험에 등록하고, 자진 사퇴를 권고사직으로 신고하고, 실업급여 수급기간 동안 취업하고도 속이고 계속 돈을 받아내기도 한다. 국민세금이 범법자들에 의해 도둑질 당하는 현상은 기강이 풀린 사회의 상징적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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