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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민이 卒로 보이나

등록일 2014-07-21 02:01 게재일 2014-07-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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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의 도시 고도 경주에 방폐장이 웬말이냐”란 비난을 감수하면서 투표를 통해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한 경주이다. 고도(古都)라는 이유로 개발사업을 함부로 못하고, 개인의 집도 마음대로 고치지 못하며, 재산권 행사가 크게 제한되는 경주 시민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방폐장이라도 유치하자는 `피 맺힌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경주 시민들은 후회를 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방폐장 가져가라!”는 절규까지 나온다.

한수원은 그동안 “한수원은 경주의 대표 기업으로 경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한수원 가족들은 경주 시민의 일원으로 항상 경주시민과 함께 하겠다”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입에 발린 말`이었다. 한수원은 지난 연말까지 본사 조기 이전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고, 자립형사립고 설립 약속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측간 갈때 마음과 나올때 마음이 다른 것같이, 한수원은 지금 완전히 甲으로 돌아섰다. 당초 “시내에다 한수원 직원사택 단지를 조성한다”는 약속도 버리고 지난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황성동, 동천동, 진현동으로 분산해 사택을 건립한다”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의원, 경주시장, 시의회 의장이 참석한 4자회동에서 “직원 사택 예정지로 황성동에 300세대, 동천동에 200세대, 진현동에 500세대를 건립한다” 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황성동 300세대는 민간업자가 짓는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약정했고 동천동과 진현동의 사택 부지는 물색조차 못하고 있다. 시 측은 “일방적으로 부지를 지정했다가, 일방적으로 취소 재검토를 발표한다”고 비난하고, 한수원 측은 “지난해의 사택 후보지 선정은 한수원이 배제된 채 경주시 간부와 관련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는데도, 경주시가 지금 와서 딴소리를 한다”고 한다.

어느쪽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경주시민의 불신감은 한결같다. “한수원이 또 다시 사원 경주 이주를 무산시키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 한다. 한수원 조기 이전약속을 무산시킨 전례를 본 시민들이고, “이런 저런 핑계를 찾아 약속을 어긴 한수원의 말은 신뢰성을 잃었다”는 소리가 나온다. 신뢰란 한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믿음을 잃는 것은 순간이지만, 회복하는데는 10년도 더 걸린다”는 명언도 있다.

모든 가치가 서울 중심으로 돼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서울 근무지`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 달가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온 가족이 와야 하니 자녀 교육도 문제가 될 것이다. 이 핑계 저 구실 갖다대며 주춤거리는 심정이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이 원점으로 돌아갈 리는 없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의(大義)를 생각하면서 국가가 정한 방향으로 순조롭게 가는 것이 만번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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