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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와 규제의 적폐

등록일 2014-07-14 02:01 게재일 2014-07-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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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 연초에 `부서협업행정 3.0`을 선포했다. 개방·공유·소통·협업을 통해 행정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정책이다.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정부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정부 부서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면, 기업들은 알아서 투자를 할 것이고, 일자리는 절로 생길 것”이라 했다. 세월호 참사도 관련 부서간 소통 부재가 불러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금같은 `구조시간`을 어영부영 낭비한 것은 부서간 심한 `칸막이` 탓이었다.

지난해 경기도 양평군은 부건복지부 주관 `복지행정-보건·복지 연계 협력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1천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부서별로 따로 하던 복지서비스 제도를 통합해 `행복돌봄과`를 신설, 복지·보건·학습을 연계해 행정효율을 한층 높인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온라인 협업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 본청과 사업소 등에서 정책을 수립해 진행할 때, 협력할 기관과 협력의 내용을 기록해 요청하면, 관계부서에 관련 업무가 전달되고, 업무 종료 후 업무요청자가 만족도를 평가 해서 마일리지를 산정, 매달 3명의 `이달의 협력왕`을 선발해 인센티브를 준다.

그런데 포항에서는 이에 역행하는 현상이 보였다. `포항바이오파크`는 50여명의 정신장애인과 직원 15명이 건강식품, 생활용품, 차 등을 생산 판매해 그 수익으로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해왔다. 2012년 말 이 회사는 보건복지부에 “전국의 시·도 보건소에서 임산부에게 무료로 지급하는 철분제와 엽산제를 생산 납품하겠다”고 제안했고, `장애인 자립기반과`는 2013년 1월 전국 도 보건정책과에 협조공문을 보냈으며, 이 회사는 2억원 상당의 제품을 생산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내 `출산정책과`가 “임산부에 지급되는 제품은 의약품에 한정돼야 하는데, 철분제와 엽산제는 건강식품”이라면서, 판매 통로를 막아버렸다. 또 이 회사의 철분제와 엽산제는 독성검사와 유해반응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회사는 식품안전청에 질의를 했고, “큰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요지부동, 회사 창고에는 제품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고, 고용된 장애인들의 월급은 수개월째 밀려 있다.

애당초 `장애인자립기반과`와 `출산정책과` 사이에 칸막이가 제거되지 않은 탓이다. 부서간 소통이 이뤄졌다면, 가·불가(可 不可)가 미리 결정됐을 것이고, 사업이 중단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칸막이와 지나친 규제의 적폐`이다. “적극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것은 규제하지 않는다”는 규제완화원칙에도 어긋난다. 장애인의 소외감을 해소하고, 자긍심을 심어주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포항바이오파크의 사회적 기업활동을 격려하는 차원으로 정책이 가닥을 잡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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