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이 박유하 교수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이면의 여러 상황과는 별개로 할머니들의 심적 태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억과 경험`에만 의거한 반쪽 의견에 우리 국민 정서가 움직이고, `사죄와 보상`을 둘러싼 여러 오해와 복잡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그간 위안부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두 나라의 화합적 미래를 위해서라도 식민지 경험의 왜곡에서 벗어나 용서함으로써 과거에서 자유로워지자는 게 저자의 논지이다.
위안부를 총체적 피해자로 규정하면서도 저자는 가해의 궁극적 주체가 일본이라는 점을 피해가는 모양새를 취한다. 예를 들면 업자와 포주란 모집책이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위안부 문제를 `온건통치의 범주에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불법을 자행`한 면이 있다고 쓴다. 깡패집단 보스의 잘못이 `온건`으로 이해되거나 행동대장의 잘못만이 `불법`으로 치부되는 시각이 독자로서 불편하다. 조선 위안부가 겪은 상황을 구별해서 인식하려 한 점도 껄끄럽다. 그들 대부분은 관리매춘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국 점령지에서의 일회성 강간이나 네덜란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속적 폭력과는 달리 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선 위안부의 상황이 그 둘의 경우와 분명히 다른데 그들의 기억인자는 후자의 방식으로만 발현된다는 것이다.
적극적 공감 능력이 부족한 저자의 시각이 아쉽다. 자발적 형식이든, 공포적 속수무책이든 정황상 비인륜적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 맥락을 깊이 성찰하는 게 먼저지 용서가 급한 건 아니다. 후대에게 숙제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닌 건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자에게 용서를 미루는 건 잘못이 아니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