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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방의회상 정립을

등록일 2014-07-11 02:01 게재일 2014-07-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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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를 국회에 예속시키는 정당공천제는 우리 정치사의 난제(難題)다.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지방의원에게 정액 보수를 주는 대가로 정당공천권을 얻은 것이 결국 `지방자치의 망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 문제는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이고, 이번 지방선거를 전후해서도 말썽거리가 됐다.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을 두고 국회의원의`입김·의향`이 작동한 곳이 많았다.

그러나 안동시의회는 달랐다.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해 3차 결선투표까지 갔고, 여기서도 동률득표를 기록, 의회규칙에 따라 연장자인 김한규 의원이 최종 선출됐다. 부의장 또한 3차 투표까지 갔다가 연장자인 권기익 의원으로 결정됐다. 경북지역의 선거 특성상 새누리당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정당의 입김이나 지역출신 국회의원이 영향력을 미친 흔적은 없었다. 특정 의원을 암암리에 결정한 뒤 몰표로 선출해 `문제`가 된 곳이 여러 곳 있었지만, 안동시의회는 그런 말썽에서 벗어났다. 비록 정당공천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자율성을 어느 정도 획득한 지방의회로 기록될 것이다.

상주시의회도 `지방자치 실현의 공로자`란 명예를 얻었다. 의장단 선거에 앞서 새누리당 상주시당원협의회는 소속 의원 13명이 회의를 열어 의장에 김진옥, 부의장에 황태하 의원을 내정했지만, 임시회에서 의원들은 이에 구애받지 않고 전혀 다른 결과를 낸 것이다. 상주시의회 사상 최초로 여성 의장이 탄생했는데, 3선의 남경숙(53) 의원이 의장에, 부의장에는 재선의 변해광(58) 의원이 선출됐다. 남 의장은 “의회가 민의를 대변하는 바람직한 견제 감시기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의원 상호간 화합에 힘쓰는 한편 모범적인 의회상 정립에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지방의회도 있다. 경산시의회는 의장, 부의장, 3석의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무려 5차례나 9대 6이라는 표대결을 보였다. 이런 현상을 두고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 “보이지 않는 먹구름이 끼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난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새누리당 소속이 아닌 의원은 철저히 배제됐다. 지방의회의 분위기가 이렇다면 `무조건 찬성, 무조건 반대`라는 패거리의회가 될 것 같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울릉군의회는 총 7명의 의원 중 의장 선출에 불만을 품은 2명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5명 전원 찬성으로, 부의장 선거에는 3명이 불참한 가운데 4명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한 주민은 “울릉군의회가 3대 4로 갈라진 느낌이 든다. 의회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한 패거리정치가 걱정된다”고 했다. 주민들이 신뢰하는 지방의회로 거듭나기를 희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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