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참모 구성 중요
`협조와 감시의 조화`
시-의회 합심으로 이루길
“어떤 명참모도 지도자의 결단력만큼은 보좌할 수 없다.”
`전쟁론`의 저자이며 전략가로 저명한 크라우제비츠의 말이다.
“박태준 회장은 회사의 성패를 좌우할 아홉 가지의 결단에서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참모로서 나는 그 점을 위대하게 생각한다.”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여러 훌륭한 참모들 중에서 이구동성 모두가 가장 뛰어난 참모였다고 인정하는, 포스코 제2대 회장을 지낸 황경로 선생의 말이다.
“포항제철의 회사 설립 형태를 두고 박정희 대통령과 나는 세 번 토의를 했소. 각하는 국영기업체에 흔한 공사 형태로 가자고 하시고, 나는 상법상 주식회사로 가야 한다고 했소. 둘 다 장단점이 있소. 각하는 공사로 가야 포철에 적자가 나도 정부 보조금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거라며 나의 책임문제까지 걱정해 줬소. 그러나 세 번 만에 내 의견을 들어주셨고, 그래서 포철은 처음부터 상법상 주식회사로서 정부기관이 지배주주가 되는 형태로 출범했소.”
박태준 포스코 회장이 생전에 텔레비전에 나와서 밝힌 포철 비사들 중의 하나이다.
위의 3가지는 모두 지도자가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을 시사해 준다. 오늘 새로 취임하는 이강덕 포항시장이 오늘 밤에 집으로 돌아가면 찬찬히 곱씹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얼핏 보기에 위의 3가지는 지도자의 `결단력`의 중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 틀림없이 그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결단에 이르는 과정`의 중요성도 함의하고 있다.
포항제철을 상법상 주식회사로 출범해 처음부터 시장 적응력과 유연성을 살리면서 관료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은 그때 박태준 종합제철건설추진위원장이었으나 참모의 건의를 세 번에 걸쳐 귀담아 듣고 자기 판단의 오류에 대해 심사숙고한 뒤 그것을 수용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이다. 그러니까 지도자에겐 훌륭한 참모들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들이 용기와 정직으로 진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도자는 그런 사람을 찾아 모아야 하고, 그런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소통의 분위기를 만들 줄 알아야 하는 동시에, 그 사안들에 대해 참모보다 더 공부도 하고 더 고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지도자는 황경로 선생이 증언한 그 `위대한 결단`올 내릴 수 있게 되고, 크라우제비츠가 갈파한 `가장 뛰어난 명참모보다 더 뛰어난 결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강덕 포항시장에게 묻고 싶다. 어떤 명참모들과 함께 일할 것인가? 포항시 공무원들 중에서 명참모를 몇 명이나 발굴할 수 있겠는가? 선거의 참모들과 명참모를 구분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명참모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이며 그들과 토의할 주제에 대해 얼마나 철저히 공부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일단 `앞으로 4년의 포항시를 위해 어떤 한두 가지 큰 결단`을 내릴 계획인가?
포항시정은 정치적 요소보다 행정적 요소가 훨씬 많고, 훨씬 강하다. 다시 말해 시장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져야 할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때문에 새 시장이 올해 안에 내려야 하는 `한두 가지 결단`은 그만큼 더 중요한 일이다. 늦어도 내년 새해에 이강덕 시장은 여섯 달 동안 뛰어난 참모들과 허심탄회한 토의를 거치고 그들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서 `위대한 결단`을 발표해주기를 기대한다.
포항시정에서 시민을 대리하는 파트너는 포항시의회다. 시의원들에게 시민이 바라는 것은 뜻밖에 소박하다. `장난치지 말고, 좀 더 큰 안목으로, 시정에 대한 협조와 감시의 조화를 추구해 달라`는 것이다. 거창한 일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거창한 폼을 잡거나, 시청 근처에 식당 같은 수입원을 차리거나, 몇 개의 통닭집이나 몇 개의 수입원을 다른 명의로 소유하고 있으면서 가난하고 깨끗한 척 하거나, 동네 이기주의로만 주장하거나, 이권 개입을 하거나…, 시의원의 그러한 행위들을 시민은 `장난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우리 월드컵대표팀이 쓸쓸히 귀국했다. 알제리와의 일전에 대한 아픔을 돌이켜보면 `지도자로서의 홍명보 감독`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고민을 많이 했으나 `좋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칠레의 경기는 그 아쉬움을 더 크게 만든다.
오늘 취임을 맞아 이강덕 시장은 지도자의 결단이 얼마나 지도자에게 중요한 덕목인가를 거듭 고심해주고, 새로운 시의원들은 `협조와 감시의 조화`에 대해 거듭 고심해주기를 촉구한다. 두 고심이 진정 열린 마음으로 만날 때, 그것이 포항이 밝은 미래로 나아갈 첫 번째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