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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다

등록일 2026-01-04 15:55 게재일 2026-0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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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대 포항문화원장

새해는 지역 발전의 방향을 되돌아보게 한다. 과거 산업과 경제 중심으로 성장해온 지역은 이제 새로운 질문을 마주한다. 사람을 머물게 하고 지역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그 답은 점차 문화로 좁혀지고 있다.

문화는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으로 지역을 지탱하며, 세대를 연결하고 공동체 정체성과 삶의 품격을 높여왔다.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문화는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다. 미래의 문화정책은 외형적 확대보다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통을 지키되 현대적 삶과 기술,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결합해 재창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원은 기존 프로그램을 시대에 맞게 재정비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단순한 체험과 행사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의 역사·생활문화·구술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교육·전시·콘텐츠로 확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전통문화 역시 현대적 해석과 접목을 통해 청년과 다음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걸맞은 문화 인프라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역 문화 자산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자료의 축적과 활용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 흩어져 있던 기록과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누구나 접근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열린 문화 데이터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문화의 보존을 넘어, 새로운 창작과 산업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될 것이다.

문화원의 운영 또한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고도화되어야 한다. 프로그램 기획, 인력 운영, 기록 관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중장기 계획 속에서 지속가능하게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는 열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전문성과 시스템이 함께할 때 비로소 오래 갈 수 있다.

이처럼 문화원의 내실을 다져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과제가 보이게 된다. 아무리 콘텐츠와 시스템이 충실하더라도 이를 안정적으로 담아내고 확장할 공간이 없다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문화는 사람을 모으는 일이고,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터전이 필요하다.

지금의 문화원은 그 역할과 기대에 비해 물리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문화가 함께 숨 쉬는 공간, 시민 누구나 드나들며 배우고 만들 수 있는 문화의 집이 요구되는 이유다.

2026년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 문화원 신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의 문제라 생각한다. 이는 새로운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그동안 축적해 온 문화의 내용과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고 다음 세대에게 어떤 문화 환경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지역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문화원은 늘 앞서기보다 곁에서 지역을 지켜보는 존재여야 한다. 크게 외치기보다 묵묵히 쌓아가며, 빠르기보다 오래 가는 길을 택해왔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다만 이제는 그 역할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도록, 단단한 내실 위에 새로운 터전을 더해야 할 때다.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이제는 문화다. 그리고 문화의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다.

/박승대 포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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