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발의 후 116일 만이다. 제정법이라는 점, 21대 국회 기준 가결된 의원입법의 평균 처리기간이 286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그만큼 철강산업의 위기가 심각했고,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회 안팎에서 확고했다는 뜻이다.
이번에 의결된 대안의 출발점은 지난 8월 4일 발의된 이상휘·어기구 의원안을 토대로 한다. 그러나 법안 논의는 그보다 훨씬 앞선 작년 9월부터 진행됐다. 22대 국회철강포럼 창립 첫 세미나에서 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후 철강업계와 전문가들이 수개월 동안 논의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초안을 바탕으로 필자와 어기구 의원이 여야 의원 106명의 서명을 모아 공동대표발의했다. 이처럼 K-스틸법은 현장의 절박함과 정치권의 책임감이 함께 녹아 있다.
K-스틸법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 철강산업은 지금 구조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 강화되는 탄소규제, 저원가 경쟁국의 확대,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며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대응도 과거와 달리 개별 기업이나 정부의 한 부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번 법이 ‘범정부 차원의 총괄 지원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이다.
법의 주요 내용은 세 가지다.
첫째, 국무총리 소속의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신설해 부처 간 정책을 조정하도록 했다. 산업부 장관에게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간 실행계획 수립을 의무화해 국가전략 단위의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이는 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 장치다.
둘째, 산업 재편 과정에 필요한 규제특례를 마련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기간을 법으로 단축해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고, 조세감면과 고용유지지원금 등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뒀다.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조정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셋째, 저탄소철강 기술개발과 전환투자를 돕는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산업부 장관이 저탄소철강 기술을 선정해 연구개발·사업화·설비 도입을 전 주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저탄소철강 제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초기 수요 기반도 만들었다. 이는 탄소규제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조항이다.
이번 법의 의미는 분명하다. 철강산업을 위한 국가적 대응 구조를 처음으로 마련했다는 점이다. 특별위원회와 기본계획 체계는 기술·수급·인력·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전략수립을 가능하게 하고, 규제특례와 전환투자 지원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우리 산업이 뒤지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된다. 무엇보다 여야 106명의 서명이 모여 대표발의가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가 산업 위기 앞에서 국회가 정쟁을 넘어 책임 있게 행동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K-스틸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완성된 답은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시행 이후 구성될 특별위원회에서 세부과제를 조정하고, 산업 현장의 의견을 촘촘히 반영해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 기술·인력·인프라·시장·수급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전환기 산업에 더없이 요구되는 것은 속도와 정밀함, 그것에 더한 정교함이다. 그래야 목적을 달성하고 성공할 수 있다.
우리 철강산업은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제도’를 ‘적기에’마련했느냐이다. K-스틸법은 그 첫걸음이다. 이 법이 산업의 시간을 따라잡고, 철강도시 포항을 비롯한 지역경제의 회복을 이끄는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국회와 정부는 앞으로도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