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하기 어렵다는 기본적 생각에 나는 동의한다. 그렇다고 작가의 말처럼 사람의 성질이라는 게 언제까지나 완강한 항상성을 유지한다고는 볼 수 없다. 사회적 요청이나 보편적 정서가 개별자에게 입력되면 그 완강함이란 벽은 허물어지기도 한다. 이 글 처음에 인용한 `필요에 의해 선택한 성격`도 그러한 면과 일맥상통한다.
혼자 살 수 없는 사람에게는 두 자아가 있다. 내 식의 자아와 사회가 원하는 그 자아는 끊임없이 충돌한다. 이 때 자유인은 내 안의 자아와 사회가 원하는 자아가 충돌한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진정한 자유인은 그 어떤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 다음, 그 둘의 충돌에서 내 안의 자아를 고집스레 승리의 방향으로 이끄는 자들이다. 개별적 이기주의자라 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그 둘의 충돌에서 사회가 원하는 자아에 스스로를 편입시키는 평화주의자가 있다. 상황에 따라 누구나 자유주의자가 되거나 이기주의자를 거치거나 평화주의자를 자처하게 된다. 중요한 건 이 모든 패턴 속에 성숙이란 성찰이 함께 한다는 점이다.
사람의 성정이 아무리 불변에 가깝다 하더라도 그것이 영원성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점진적 성숙`의 절차를 밟는다. 완고한 특징을 지녔지만 점진적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희망, 그것이 사람 성정이 지닌 매력이 아닐까.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