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노력하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6-25 02:01 게재일 2014-06-25 19면
스크랩버튼
그림을 잘 그리려면 타고난 손재주가 있어야 하고, 노래를 잘 부르려면 물려받은 목청이 좋아야 한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고 노래를 잘 부른다 해도 각각 천부적인 화가와 선천적인 가수와는 견줄 도리가 없다. 선천적인 재능과 미적 완성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대개의 예술이 타고난 재능과 순간의 영감 그리고 개별자의 노력으로 완결된다고 보았을 때, 선결조건인 재능이 충족되지 않으면 후자의 두 조건이 아무리 차고 넘쳐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노력하는 살리에리가 타고난 모차르트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일찌감치 포기할 것인가. 그래서는 안된다. 글쓰기만 해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문학을 하거나 글을 쓴다는 행위를 예술의 영역에 빗대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재능이라는 면만 따로 떼서 보자면 글쓰기는 재능과는 멀어져도 큰 상관이 없다는 쪽이다. 기본적으로 글쓰기는 노동이다. 다른 예술 분야처럼 재능이 있다면 노동의 길이 쉬울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없다고 지레 포기해서도 안 된다. 예술에 앞서 노동인 글쓰기는 노력만으로도 그 한계를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능은 타고 나야 한다는 말 속에 숨은 공허한 울림을 이해하고 나면 재능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는 그녀의 생각은 옳다. 사실 재능은 낡은 신발만큼이나 흔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재능을 지니고 있다. 물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점은 중요하지 않다.” 도러시아 브랜디 여사의 `작가 수업`추천사에 나오는 말이다. 글쓰기에도 재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미술과 음악 등의 분야만큼 재능이 필요한 건 아니다. 설사 많은 재능이 필요하다 해서 지레 겁먹고 도망갈 것까지는 없다. 글쓰기는 노동에 속하고 그 숙련도는 노력 여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는 것도 어렵고 노래 부르는 것 역시 만만찮다. 글쓰긴들 다르겠는가. 하지만 글쓰기에서만큼은 노력이 곧 재능이라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예술을 포기한 자리의 신산한 노동이 그래야 희망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