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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흡에 실어보내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6-24 02:01 게재일 2014-06-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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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보아 우리 삶은 한 호흡이다. 숨 한 번 쉬고 돌아서면 사라지는 덧없는 삶. 거의 모든 것의 원리가 호흡 하나로 모아진다고 생각하면 숨 한 번 들이켜고 내쉬는 일이 새삼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알겠다.

사람답게 사는 여러 경구 중 “좋은 친구가 되고 싶으면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주라”는 말과 “베풀 수 있으면 베풀어라. 그런 다음 잊어버려라.”라는 말을 새기곤 한다. 좋은 친구 되기는 저 말처럼 그리 어렵지 않다. 호감을 가지고 진솔함으로 먼저 다가가면 되니까. 흔히 친구가 없다고 푸념하거나 고민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선인들의 저 말씀을 새겨듣지 않거나 알고도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보다 먼저 다가간다는 것이 어쩐지 쑥스럽거나, 그렇게 하는 것이 제 자존심에 손상을 입는다고 생각해 제 호감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원하기만 하면 이것도 훈련에 의해 극복할 수 있다.

문제는 `베풀었으면 깨끗이 잊어버려라.` 단계이다. 어린왕자가 장미꽃에게 물을 주고 고깔을 씌워주듯, 여우가 황금빛 밀밭을 보면 어린왕자의 금발 머릿결을 떠올리듯, 좋은 친구가 되기로 맘먹은 이상 우리는 상대에게 최선을 다한다. 한데 그것이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시혜일 경우에는 그 상황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어린왕자가 장미꽃에게 서운함을 느껴 제 별을 떠났듯이 인간적인 번민으로 갈등하게 된다. 마냥 베풀고도 태연무심해지기엔 우리 심리 기저에는 여전히 `내 맘을 알아봐줬으면` 하는 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실 이런 욕망들은 베푼다는 것의 본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이럴 때 한 호흡의 원리를 떠올리면 좋다. 빚도 베풂도 한 호흡에서 나온 한 갈래 숨결이다. 고마움을 몰라주거나 모른 척하는 당신이, 그래도 베풀지 못해 불편한 내 마음보다는 낫지 않던가. 어쩌면 고마움을 몰라줘서가 아니라 당신 눈에 담기고 싶은 내 욕심이 베풀고도 끝내 깨끗이 잊어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니 설워말자. 한 순간, 한 호흡에 모든 (부질없는) 것들은 실려 가고 말 것이니.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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