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윷놀이 한판이다. 기대와 설렘으로 우리는 저마다의 윷가락을 높이 던지는 중이다. 모 나오라고 목청껏 추임새를 넣어 보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행운을 내줄리 없다. 그렇다고 기대에 못 미치는 도가 나왔을 때 `아니면 말지.` 하고 돌아서는 것도 쉽지는 않다. 이런 생각에 이르면 `인생은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물리적이고 산술적으로만 따지자면 윷판에 가장 자주 보이는 말은 `개`이다. 물론 다양한 변수 이를 테면 윷가락의 모양과 재질, 깎는 정도, 던지는 방향과 세기 등까지 따진다면 확률은 조금 달라진다. 그렇다고 해도 경우의 빈도수가 높은 `개`를 넘어서는 윷말은 나오기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을 즐겨한다. 사는 게 강퍅하니 인생 뭐 별 거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이어져 자포자기의 극단적 사고를 하게 된 것이다.
인생 윷판에서 자주 나오는 것 역시 모도 아니고 도도 아니다. 개와 걸이다. `다섯 칸이나 갈 수 있는 모와 한 칸밖에 갈 수 없는 도` 라는 상극의 길이 나오는 건 매우 드물다.
그저 별일 없고 마냥 하릴없는 개와 걸이란 말이 우리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밋밋하고 심심한 걸음새가 모여 진실한 삶이 된다.
아주 많이 가거나 아주 적게 가는 것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두 걸음, 세 걸음 평범한 행보라도 꾸준하면 모가 되고, 그 걸음이 쓸 데 없다고 여기면 도가 되고 만다. 평범한 `개`걸음이라도 곧장 나아가면 그것이 곧 `모`의 길이 된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