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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행운인 것을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6-13 02:01 게재일 2014-06-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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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고 말할 때 곁점은 당연히 `예술`이란 낱말에 찍힌다. 찰나 같은 허망한 인생에 견주어 예술의 영속성을 강조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 저 말을 달리 바꾸고 싶다. 예술은 길지만 인생은 짧다고. 정말이지 인간사 너무 짧다. 길어봤자 백여 년이다. 욕심 없이, 거짓 없이, 거리낄 것 없이 살아온 사람들은 그 기간도 충분히 길다며 감사히 여길 것이다.

하지만 아직 버리지 못한 회한이, 내려놓지 못한 갈증이, 부대끼는 번민이 많은 나 같은 이는 사람의 한살이가 너무 짧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짧은 삶이라고 아껴둘 수 없고 유예할 수도 없다. 그렇게 보니 영구적 생명을 가진 예술보다 짧디 짧은 인생이 더욱 존귀하게 다가온다.

가까운 사람의 생사를 다투는 투병 소식에 마음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하지만 특별히 선하게 살아온 사람에게 너무 이른 시련이 닥치는 것에는 지켜보는 이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죽음을 앞두고 가까운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은 인생 이기적으로 살겠다고. 역설적인 그 말을 나는 충분히 이해했다. 남을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 제 행복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백번 온당하다. 남을 위한 삶, 보여주기 위한 삶, 체면치레를 위한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내가 행복한 삶, 있는 그대로의 삶, 소박하게 즐기는 삶 이런 진솔한 태도가 필요하다.

인생의 반 이상을 돌아든 지금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오니 맘자리를 다잡게 된다.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 것인가. 인연이 아닌 것에 연연하지 않되 누구에게나 성심을 다할 것. 천치로 전락하는 정도만 아니라면 착하게 살려고 노력할 것. 일부러라도 유머와 다사로움이 곁에 머물도록 할 것. 생계를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작은 것부터 먼저 배려하고 베풀 것. 별 것 아닌 짧은 생애, 순간이 곧 행운인 것을. 예술은 못 남겨도 담백한 맘 자락 하나는 제대로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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