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진실로 원했던 것은 머그컵 수집하는 일이 아니었다. 대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움, 이를 테면 파도 위로 부서지는 햇빛과 나뭇결을 간질이는 바람, 맨발에 닿는 곱디고운 모래 등의 정서를 제대로 느껴보는 것이었다. 뭔가를 모으는 즐거움에 빠져 그녀는 정작 맛보아야 할 다른 것, 즉 감상하는 즐거움을 놓치고 있었다. 그녀는 단순히 머그컵 개수를 늘이는 것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린드버그의 충고에서 배웠다.
진실로 아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친 브레스낙은 린드버그 여사를 만난 뒤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간 수집했던 머그컵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로 맘먹었다. 컵 하나에 추억 깃든 메모를 곁들여 좋아하는 이들에게 선물로 보냈다. 나누는 즐거움이 그러모을 때의 애틋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뭔가를 가지려는 본능과 아름다움을 느끼려는 자세는 상충할 수밖에 없다. 수집가의 눈은 한 꺼풀 가려져 있다. 심한 경우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 수집품의 진정한 가치가 보일 리 없다. 오직 수집하고픈 물건 자체에만 머물러 있기에 그의 안목은 그 속에 담긴 의미나 미의식까지를 접수할 틈이 없다. 이 책을 보내온 친구 역시 우리가 수집할 것은 수집품 자체가 아니라 함께 할 추억이란 것을 알고 있었으리라. 머그컵을 나눈 브레스낙처럼, 책을 선물해준 친구처럼 나 역시 책 선물 릴레이를 펼칠 참이다. 수집의 본능을 넘어선 자리에 아름다움의 본질이 들어찰 것을 알기에. 린드버그의 충고는 내게 와서도 옳았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