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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의 운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6-06 02:01 게재일 2014-06-0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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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지금도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다. `마쓰시다 전기`의 창업주인 그는 운이 좋아야 성공한다고 믿었다. 94세까지 산 그는 죽기 직전 자신의 인생 3대 행운에 대해 밝혔다. 첫째 조실부모했다는 것. 열 살 때 돌아가신 부모덕에 남들보다 15년이나 일찍 철이 들었다. 둘째, 몸이 약했다는 것. 몸 돌보는 것에 신경을 쓰다 보니 자연스레 장수할 수 있었다. 셋째, 초등 4년이 정규 학력의 전부였다는 것. 누구에게든 배움을 청해도 걸림이 없었기에 누구든 스승으로 모실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행운은 평범한 사람에겐 불운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큰 사람`은 불운을 행운의 기회로 바꿀 줄 안다.

6·4 지방 선거가 끝났다. 행운의 열쇠를 거머쥔 당선인들이 대거 정치무대로 등장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은 선거판에 어울리는 말 중의 하나이다. 다른 후보자들보다 특별히 인품이 훌륭해서, 특출한 정치 감각을 지녀서, 대민 의식이 보다 투철해서 당선인이 된 게 아니다. 운명과 우연이라는 행운이 그들 손을 들어줬을 뿐이다. 다른 후보자 그 누구도 운이 좋았다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었다.

연구에 의하면 성공 기업인 1천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계획적으로 노력해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한 사람은 2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75퍼센트는 `우연한 기회에 성공의 길로 들어섰다`고 응답했다. 또한 미국의 포브스 선정 대부호 천여 명을 대상으로 성공 요인을 분석한 결과 그들의 공통점은 4가지로 압축됐다. 승부욕과 경쟁심, 타이밍 그리고 행운이었다.

당선자들도 이 네 가지 공통점의 세례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운은 언제나 반반으로 온다. 행운인 것처럼 보이지만 금세 불운으로 뒤집히고, 불운으로 다가오지만 행운으로 바뀌기도 하는 게 사람 일이다. 주어진 운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쓸 것인가.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행운론에 기대어 당선자들은 겸허한 자세라는 기본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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