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아래 있던 여우는 어린왕자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넨다. 어린왕자도 쓸쓸하던 차에 같이 놀자고 화답한다. 그렇지만 여우는 `길들여지지 않았으므로` 그럴 수 없다고 대답한다. 이때부터 여우와 어린왕자는 선문답을 주고받는다. 길들인다는 게 무어냐고 어린왕자가 재차 묻자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여우가 답한다.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곧 길들여짐이란 걸 알게 된 어린왕자는 크게 깨우친다. 자신의 별에 두고 온 장미 한 송이가 지구에 피어난 수천 송이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어린왕자와 여우는 그렇게 서로를 길들인다. 여우에게도 이제 밀밭은 단순한 밀밭이 아니다. 그동안 밀밭을 보아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어린왕자와 관계를 맺은 이상 밀밭은 `금빛 도는 어린왕자의 머리칼`로 치환된다. 이별이 가까워졌을 때 여우는 선물로 비밀 하나를 가르쳐주겠다고 한다. `세상을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덧붙여 어린왕자가 장미꽃에 바친 시간 때문에 그 꽃이 그렇게 중요하게 된 거라고 일러준다.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들려준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길들임은 관계를 맺는 것이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시간을 바친다는 것이다. 시간을 바친다는 것은 끝내 책임을 진다는 것인데 이 모든 과정에는 비밀이 있다. 바로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것. 중요한 것일수록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그 엄청난 사실은 독자의 마음속에서 또 하나의 비밀로 자리 잡는다. 그렇게 생텍쥐페리의 알레고리 향연은 지속된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