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하얀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이란 말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얀 거짓말은 선의를 전제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적극적으로 배려하기 위해 거짓을 말하는 경우이다. 새빨간 거짓말은 타자를 해하기 위한 것이다. 타자를 흠집 내기 위한 명백한 저의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 외에도 내 멋대로 두 개의 거짓말에 색깔을 입혀 보았다. 이름하여 초록 거짓말, 이는 일상에서 흔히 보는 단순한 거짓말을 말한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거짓말을 말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을 때 `초상집에 간다`거나 `손님이 방문했다`고 둘러 대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런 거짓말은 하는 이나 듣는 이 모두 심각할 게 없다. 거짓말이라도 해서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는 것이니 딱히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또 하나는 푸른 거짓말이다. 처세의 거짓말인데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약자가 강자에게, 을이 갑에게 해야만 하는 거짓말이다. 살아남아야 하는 자의 자괴감이 묻어나는, 씁쓸하고 슬픈 느낌의 상황이라서 푸른 거짓말로 이름 붙여 보았다.
현상이 있는 곳에 말이 있고 그 말에는 필연으로 거짓이 뒤따른다. 누구나 진실만을 말하며 살 수는 없다. 페르소나라는 적당한 가면을 쓰는 것이 사회적 예의이듯, 적재적소의 색깔에 맞게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는 게 인간의 운명이기도 하다. 물론 타인을 해하기 위한 거짓말인 새빨간 거짓말만은 안 된다. 잠 잘 때도 일할 때도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굴레. 기왕 해야 하는 거짓말이라면 타자를 배려하는 하얀 거짓말 횟수를 늘이는 수밖에!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