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임에서 자기 자신이 완벽하다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무슨 일이든지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 남이 하는 것보다 자신이 하는 게 속이 편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은연중에 사람들은 그에게 기대를 건다. 완벽을 추구하니 믿을 만한 결과물을 내놓을 거라고. 하지만 기획한 일이 반환점을 돌 무렵이면 그 사람의 말이 흰소리임을 알게 된다. 자신이 말한 완벽함과는 먼 실행 능력을 지닌 그냥 보통 사람일 뿐이다.
그의 태도에 실망한, 역시 보통사람에 지나지 않은 나 같은 이는 이렇게 말한다. “뭐야. 완벽하다더니 어떻게 된 거야.” 그렇지만 선천적으로 인간에 대한 연민이 많거나, 후천적으로 인간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학습한 이라면 보통 사람의 저런 반응에 이렇게 변호한다. “그 사람 요즘 만성두통에 시달리잖아. 완벽하게 일하기엔 무리지.” 이 현명한 답을 낸 사람 앞에서 보통 사람들은 두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가 완벽하다고 자신을 소개한 것은 완벽해지고 싶다는 제 열망을 나타낸 것이라는 것과, 그런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변호하는 사람의 진중한 마음결이 얼마나 매혹적인가 하는 사실.
“인간은 그들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가 말했다. 현명한 사람은 언제나 내가 이해하고 있는 인간 그 이상의 인간을 영접한다는 뜨끔한 깨우침.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