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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의 폭 넓히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5-29 02:01 게재일 2014-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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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은 타자의 약점까지 잘 보듬는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양면성을 지녔다는 거다. 이 양면성 때문에 사유가 생겨났고, 철학이 발전했다고 나는 믿는다. 아무리 담백하게 보이는 사람이라도 현상 너머의 이면, 결과 이전의 동기, 겉 안의 속 등 여러 이중적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 양면성이란 갈림길에서 서성여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번민하고 갈등하는 것은 인간 심리의 최대 호사인 동시에 최대 장벽이다. 번민하는 가운데 사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전자에 속하고, 갈등의 골이 깊어져 영혼이 피폐해지는 건 후자에 속한다.

어떤 모임에서 자기 자신이 완벽하다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무슨 일이든지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 남이 하는 것보다 자신이 하는 게 속이 편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은연중에 사람들은 그에게 기대를 건다. 완벽을 추구하니 믿을 만한 결과물을 내놓을 거라고. 하지만 기획한 일이 반환점을 돌 무렵이면 그 사람의 말이 흰소리임을 알게 된다. 자신이 말한 완벽함과는 먼 실행 능력을 지닌 그냥 보통 사람일 뿐이다.

그의 태도에 실망한, 역시 보통사람에 지나지 않은 나 같은 이는 이렇게 말한다. “뭐야. 완벽하다더니 어떻게 된 거야.” 그렇지만 선천적으로 인간에 대한 연민이 많거나, 후천적으로 인간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학습한 이라면 보통 사람의 저런 반응에 이렇게 변호한다. “그 사람 요즘 만성두통에 시달리잖아. 완벽하게 일하기엔 무리지.” 이 현명한 답을 낸 사람 앞에서 보통 사람들은 두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가 완벽하다고 자신을 소개한 것은 완벽해지고 싶다는 제 열망을 나타낸 것이라는 것과, 그런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변호하는 사람의 진중한 마음결이 얼마나 매혹적인가 하는 사실.

“인간은 그들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가 말했다. 현명한 사람은 언제나 내가 이해하고 있는 인간 그 이상의 인간을 영접한다는 뜨끔한 깨우침.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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