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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진흥법` 늦었지만…

등록일 2014-05-29 02:01 게재일 2014-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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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었다. 교육의 큰 줄거리를 잡는 것이 인재선발제도인데 신라는 `독서삼품과`라는 과거제도를 도입했고 그것은 고려와 조선조를 거치면서 전통을 이어갔다. 그 시험 과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경서(經書)였다. 시(詩)를 짓는 능력과 성현들의 말씀을 응용하는 능력, 현실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는 식견 등이 과거시험의 대종이었다. 조선 중종때 조광조가 `현량과`를 실시한 것은 인성교육의 절정이었다. 기존의 시험이 지나치게 격식에 얽매였다며 “현명한 인재를 널리 구하자”해서 출중한 덕망과 인품을 가진 자를 뽑아 쓴 것이 현량과였다.

`능력과 인품을 함께 갖춘 인재 양성`을 표방했던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서양에 뒤따라 가는 교육후진국이 됐는지 한탄스럽다. 미국은 1994년 인성교육을 명문화한 `학교개선법`을 연방법으로 제정했다. 배려·존중·책임·신뢰·시민의식 등을 학생들의 정신 속에 주입시켜 체질화시키고 교원 연수과정에도 인성교육을 포함시켰다. 연방법 뿐 아니라 각 주정부는 인성교육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따로 제정했다. 예산을 지원하도록 법에 규정한 것이다. 인성교육이 의무화되고 재정지원이 법제화되자 비로소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쏟아져나왔다.

독일의 어떤 주정부는 인성교육을 학교교육의 가장 큰 목표로 규정했고 예절 생활습관 등을 기르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1~2학년 때에는 셈본의 기초 교육을 제외한 다른 교과목의 학습량을 대폭 줄여준다. 대신 남의 의견을 듣는 토론과 신문활용교육(NIE) 등을 통한 사회적 자질을 기르는데 집중한다. 또 사회 역사 등 일반과목을 가르칠 때도 존중·배려·정직·정의·규칙 등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수업을 진행한다.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면서 각자 질주해서 1등 하면 그것이 인생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개인주의적 교육내용과는 차이가 많다.

인성교육 선진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서양을 뒤따라가는 신세가 됐는지 한탄스럽다. 우리는 지금 서양의 인성교육을 따라 배우는 중이다. 국회의원 100여명이 공동으로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안`을 지난 26일 발의했다. 그것도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에 이뤄진 일이다. 승객 수백명을 버려둔 채 선장 선원들만 배를 탈출한 행태를 보고 비로소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대형사고가 나야 정신을 차리는 우리의 정신구조는 확실히 비정상이다. 그 병증을 치료하는 처방전이 인성교육이다.

우리의 인성교육은 그동안 `소리`만 요란했다. 예산의 뒷받침도 없고 법률적 강제도 없었기 때문이다. 법은 이제 당근과 채찍이라는 장치를 마련했다. 실효성 있는 대안(對案)들이 다양하게 나와서 세월호 같은 국제망신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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