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우 오늘 `무브` 발표… “18년 발라드 틀 깨고 다양한 장르 선보여
지난 18년간 음악 색이 뚜렷해지다 보니 그는 뭔가에 갇혀 있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꼈다. 이 틀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특히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다양한 편곡을 시도하면서 음악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싶다는 욕구는 한층 강해졌다. 그해 4집 `미스터 빅`에서 빅밴드 사운드로 워밍업을 한 그는 28일 출시하는 미니앨범 `무브`(MOVE)에서 더 큰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김연우는 “일탈이라기보다 재미있는 시도이자 도전”라며 “이 변화에 대한 결과는 대중의 선택이니 욕심은 버렸다”고 웃었다.
지난해 가을 미스틱89와 전속 계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바람을 이끌어줄 조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친분 있는 윤종신과 공일오비 출신 정석원이 프로듀서로 있다.
“윤종신, 정석원씨에 대한 믿음과 기대 때문이었죠. 과거 정석원 씨에게 곡을 받고 싶어 수박 사 들고 집에 찾아간 적이 있는데 곡을 받아 가이드까지 녹음하고서 발표를 못 한 적이 있어요. 아쉬웠는데 드디어 인연이 닿았어요.”
정석원이 작곡한 `무브`는 그루브(흥)가 강한 팝 록처럼 다가온다. 그는 `보컬 신`이란 수식어답게 넓은 음역대를 진성과 가성, 스캣(뜻 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을 오가며 소화했다. 블락비 박경의 랩도 포인트다.
수록곡 `콜 미`(Call me)도 잘게 쪼갠 비트로 흥겹다. 펑크 팝인 `도레미파솔`에선 마이클 잭슨의 창법처럼 얇게 소리를 냈다. “키도 작고 눈이 찢어져 열등감에 사로잡혔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자전적인 내용이 가사에 담겨 재미있다. 음반 발매 전 먼저 공개한 `해독제`만이 `김연우 표` 발라드의 정점을 찍는다.
그는 토이 음반에 참여하기 전까지 발라드를 대표하는 가수가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91학번인 그는 대학 시절 꽁지 머리에 기타를 메고 노래하던 한 선배를 동경하며 록에 빠져 있었고, 스티비 원더의 노래를 원곡의 키로 시원스레 부르는 학생이었다. 성가대 `꾀꼬리`였던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공군 군악대를 제대하고 1995년 `유재하 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뒤의 일이다. 대학 동기의 소개로 대학로 냉면 집에서 객원 보컬을 구하던 유희열을 만났다. 유희열은 그의 가창력을 검증하지도 않고 녹음하러 오라고 했다. 녹음실서 받아든 곡이 데뷔곡이 된 토이의 2집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록 음악에 빠져 있었으니 녹음하는데 속에서 안 받는 거예요. 쭉쭉 뻗는 샤우팅 창법이 좋은데 재미가 없었죠. 그때 정말 갈등 많이 했어요. 그러니 희열이를 만나서 발라드에 입문한 셈이죠. 언젠가 희열이에게 `좋은 곡 써줘서 내가 노래하며 살고 있다`고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만약 그때 솔로 음반부터 시작했다면 `어떤 장르로 출발했을까`란 생각도 해요.”
토이의 노래가 히트하자 음반기획사의 `러브콜`이 왔다. 솔로 1집은 1998년 당시 중견 기획사이던 대영에이브이에서 냈다. 그러나 IMF가 터지면서 방송 세 번을 하고 접었다. 1집은 빛을 보지 못했지만 1999년 토이의 4집에 다시 참여해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히트시켰다.
음악의 테두리 안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했지만 정작 18년 음악 인생에 비해 음반 장수(정규앨범 4장, 미니앨범 1장, 싱글음반 1장)는 적은 편이다. 그중 솔로 2집(2004)에서 `연인`과 `이별택시`, 3집(2006)에서 `사랑한다는 흔한 말`은 단박에 빅히트를 하기보다 서서히 그의 대표곡이 됐고 여전히 불리고 있다. 가수 인생도, 음악도 다소 느린 걸음이지만 큰 굴곡 없이 안정된 그래프를 그렸다.
그의 보컬이 대중적으로 널리 인정받은 건 `나는 가수다` 출연이었다. 기교 없는 간결한 창법과 편안한 발성으로 `보컬 신`, `교과서 발성`이란 별명을 얻으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나와 같다면`(김장훈)을 끝으로 조기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가 부른 `나와 같다면`은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고 `나는 가수다` 음원 매출에서 김범수가 부른 `제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여세를 몰아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했고,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태권도 편에도 출연해 유머 감각과 민첩한 운동 신경을 보여줬다. “예능이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웃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