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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최선 다하자… 제 연기 지론이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4-05-27 02:01 게재일 2014-05-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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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중독`서 욕망에 사로잡힌 숙진역 열연한 조여정
야망을 좇는 뻔뻔한 아줌마에서 남편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가녀린 여성까지.

배우 조여정이 극과 극을 넘나드는 연기로 시선을 끌고 있다. `인간중독`에선 야심만만한 이숙진 역을, `표적`에선 조신한 의사 부인 정희주 역을 맡으면서다.

성격은 다르지만 극적 비중은 비슷하다. 조연이다. 전작들인 `방자전`(2010)과 `후궁:제왕의 첩`(2012)에서 주연을 맡았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선택이다.

“저는 주·조연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어떤 캐릭터를 할 수 있을까, 또 어떤 걸 하면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가 포인트입니다. 오히려 주연이 아니어서 동시에 `인간중독`과 `표적`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캐릭터도 완전히 다르고… 재밌을 것 같았어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여정은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숙진은 남편의 출세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여인이다. 임신을 위해 남편 김진평(송승헌)과 규칙적인 잠자리를 갖고, 남편 부하의 아내들을 엄하게 `다스리는` 군 고위 간부의 부인 역이다.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 있다. 하극상을 범하려는 부인 전혜진에게 `김치나 담그러 오라`고 핀잔을 줄 때의 카리스마,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면서 `너무 좋아~`라고 말할 때의 코미디는 영화를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장면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여정이 있다.

“연기의 팔 할 정도는 `안경`의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마치 `마스크`(짐 케리 주연의 영화)처럼, 안경을 끼면 `그분`(숙진)이 오신다고 할까요? 어떤 걸 해도 창피하지 않았어요.

조여정은 `인간중독`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김진평이라는 캐릭터에 깊게 빠져들었다고 한다. 진평과 가흔의 범상치 않은 사랑이 아름다웠다. 그런 아름다움의 뒤꼍에는 숨 막히는 현실이 있어야 했다. 둘의 사랑이 더욱 불타오르도록 만드는 기폭제 역할. 조여정은 숙진이 마음에 들었다.

조여정이 맡았던 `방자전`의 춘향, `후궁:제왕의 첩`의 화연은 모두 세속적 욕망에 지배당하는 인물들이다. `인간조건`의 숙진도 마찬가지다. 그가 맡았던 세 인물을 꿰뚫는 키워드는 욕망이다.

사실 욕망의 부분집합이라는 점에서 인간 조여정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연기를 하고픈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비등점까지 올라갈 때 즈음이었다. “10년이나 연기했는데 답은 없고, 연기에 대한 갈증은 점점 커가고, 연기라는 건 영원한 짝사랑일 수밖에 없는가”라고 자포자기 할 때였다.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과는 그런 시기에 만났다.

조여정은 `뽀미 언니`의 순진한 이미지를 벗고, 김대우 감독의 기대대로 과감한 노출을 선보였다. `방자전`은 그의 말로는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연기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단` 위에 올라가 있는 거예요. 타인의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직업입니다. 19~20살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작품을 찍을 때 다치면 큰일 나요. 제 몸은 제 것이지만 제 것이 아니기도 해요. 노출도 마찬가지에요. 타고난 몸매가 좋아서 노출한 게 아니에요. 단,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은 했어요. 누구든 기회가 온다면 제가 한만큼은 할거라고 생각해요. 그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이죠. 타인의 시선이나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제 일은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걸 신경 쓰면 이 일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의 연기 지론은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자”라고 한다. 비단 연기할 때뿐 아니다. `지금, 여기`서 온 힘을 기울이는 건 그의 인생관이기도 하다.

“저는 그날그날이 중요해요. 멀리 못 봐요. 오늘 인터뷰하면서 내일 일 생각하는 걸 못 견뎌요. 사실 그날 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할 때,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비록 돌고 돌아 한참 뒤에 만들어질지라도 말이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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