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김용민·한동대 장순흥 총장 `포항 미래를 말한다`
대학 통해 새 성장동력, 미래인재 발굴 나서야 “젊은이들 위한 투자 아까워 말라”
각자 입장에 대한 이해 있어야 발전… 선거 후 지역발전 위한 소통의 장 마련돼야
시·민간 주도, 미래 마인드 준비를-김진호 편집국장 = 포항시청에는 공무원들이 2천500여명 정도 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마인드가 준비돼 있는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은데….
△김용민 총장 = 한국 사정을 볼 때 정부가 주도해야 할 것이 꽤 있다. 그러나 지나친 관 주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나 시애틀도 대학을 비롯한 민간단체가 주도해 위기를 극복해 냈다. 당시 위기를 구한 주체는 엘러게니컨퍼런스였다. 미국 피츠버그 지역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비영리 민간협의체로, 1994년 피츠버그시의 환경개선을 위해 만들어졌고 지역 경제와 주민복리는 물론 지역발전을 위해 시민의 역할 공간 확대, 민간부문 연대를 강화해 주는 일을 주도 하고 있다.
엘러게니컨퍼런스 회원 중 피츠버그 대학에만 30여명이 있다. 그곳에서 많은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시나 정부 주도형보다 시를 포함해 대학, 상의 회원, 기업이 모여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지자체는 이들을 도와주고 지원해주면 된다.
△장순흥 총장 = 포항은 시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생각보다 부족하다. 두바이에는 엠파이스테이트 빌딩보다 더 높은 빌딩이 서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도 집중되는 등 원자력 분야도 중동이 주도하고 있다. 그런 것은 금융이 발전 됐기에 가능하다. 포항도 다양한 산업을 위해 금융산업을 유치했으면 한다. 아시다시피 포항에는 호텔이 없다. 국제회의를 할 수가 없다. 경주에 가야 한다. 생각해 보라, 호텔이 없는데 투자자가 오겠나.
“거창할 필요 없다” 작은 것부터 출발
-김진호 편집국장 = 방향성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관료들은 단기 실적에만 연연하다 보니 장기 계획을 잘 못 세우더라. 특히 지방정부에선….△장순흥 총장 = 너무 거창하게 출발할 필요는 없다. 대학생들 아이디어 공모전이라도 하나 잘 만들면 그게 출발점이 된다. 아이디어 하나가 벤처가의 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IT산업을 주도하는 인천 송도, 판교 등지에서 카이스트에게 들어와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포항이 이를 넘어서려고 하면 판교보다 더 좋은 혜택을 줘야 한다. 일례로 아이디어맨들에게 20평 정도의 공간을 제공해보자. 그게 예산상으로 얼마만한 부담인 줄 모르겠지만 공간만 준다면 국내 인재가 몰려들 것이다. 그러면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나올 수 있다. 99명이 실패해도 1명 성공하면 된다. 인재들을 끌어당기는 도시, 그게 목표가 돼야 한다. 삼성이 성공한 것은 고 이병철 회장이 인재를 잘 모았기 때문이다.
소프트분야 인재 100명에게 30평 공간만 무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보자. 그러면 회사 100개 생기는 것 아닌가. 멀리 보면 그게 포항이 살길이다.
△김용민 총장 =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에 뉴멕시코 엘버커키에 세웠다가 시애틀로 돌아왔다. 시애틀이란 도시에 둥지를 옮긴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엘버커키의 지원 부족이 원인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직간접 고용이 10만명에 달한다. 수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아마존도 생겼지 않나. 제가 시애틀에 간 게 82년도다. 그때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아마존 등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민간단체가 참여하고 연방정부가 도와주고 대학에서 좋은 인재 배출해서 그렇게 됐다. 좋은 인재가 포항에 와야 한다. 항상 포항을 어떻게 살기 좋은 도시, 오고 싶은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포항에 사는 경험이 긍정적이라면 포항에 온 인재들은 떠나지 않고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이 사람들이 전도사가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고…. 시애틀의 경우 대학 졸업생들이 계속해서 찾아오고 머무른다.
△장순흥 총장 = 지금 포스텍 김용민 총장이 주도하는 AP포럼은 정말 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노력들이 하나하나 쌓이면 머잖아 포항은 달라질 것이다. 스페인의 빌바오라는 작은 도시가 박물관을 지어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모으지 않는가. 포항은 매력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가치가 수익이 몇 프로인 것, 시가총액, 지금 얼마를 버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매력 있고, 잠재력이 있는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매력있는 도시와 매력있는 인재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김용민 총장 = 시민협의체 구성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주여건 차원에서 문화, 스포츠도 신경을 쓸 수 있다. 작금의 인재들은 스포츠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피츠버그와 시애틀은 좋은 인재를 지키기 위해 세금을 모아 야구장, 축구장을 짓는 것처럼 포항도 지역주민과 시가 함께 힘을 모아야한다.
작은 기업들의 잠재능력을 보라-김진호 편집국장 = 그동안 포스텍과 한동대, 그리고 지역 연구소에서 많은 연구업적을 내놓고 세계적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지역산업으로 접목되진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장순흥 총장 = 앞서 말한 노력들이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스코라는 자이언트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작은 기업들의 씨앗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작은 기업을 찾아 잘 자랄 수 있도록 문화를 조성하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것은 작은 씨앗에서 시작한다. 가능성을 찾아 이를 키워야 한다. 작은 기업들은 처음에는 매출이 없다. 최근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회사가 테슬러라는 회사다. 그런데 실질적인 이익창출은 없다. 그런데도 미국 사람들은 투자를 한다. 그 회사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매출이 없을 경우 투자가 이뤄지기 힘들다. 기업의 잠재능력을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포항에서 시작했으면 한다.
△김용민 총장 = 장 총장의 말에 공감한다. 철강 중심 산업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등과 관련된 기업의 잠재 능력을 보고 키워줄 수 있는 씨앗을 뿌릴 때다.
△장순흥 총장 =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 대기업들은 항상 `우리는 매출 1조가 아닌 사업은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런 현상은 하드웨어를 대량생산하는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하드웨어를 생산하면서 세계 10위 안에 드는 회사는 삼성전자뿐이다. 앞으로는 이런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매출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매출이나 이익이 없지만 잠재 가능성을 갖고 있는 회사에 투자해야 할 때다. 규모가 작을 때 눈여겨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게 바로 `투자`다.
△김용민 총장 = 포항의 인구는 53만명인데 미국 시애틀은 포항지역의 20배 규모다. 너무 포항에서 모든 것을 자생적으로 하려하기 보다는 주변 지역의 장점을 살리고, 우리의 장점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울산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경주가 옆에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김진호 편집국장 = 두 분 말씀은 포항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역에 좋은 씨를 많이 뿌려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어떤 방법으로 실현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장순흥 총장 = 젊은이들을 위한 투자를 많이 하면 된다. 요즘 너무 복지에 억눌려 있다. 복지라는 것은 지역이 발전하고 되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다. 지금 최고의 복지 정책은 젊은이에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학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도록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대학의 노력은 21세기에 들어 무궁무진하다. 지역에서 대학의 역할을 활용해야 한다. 지역이 발전해야 나라도 발전할 수 있다. 지역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대학을 유기하는 것은 문제가 좀 심각하다. 창조경제 입장에서 볼 때 대학은 더욱 중요하다고 느낀다. 대학이 현실적인 대안을 창조해야 한다. 대학과 교육이 창조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해 창조적인 인재를 육성해야하는 것이다. 창조력을 갖춘 인재가 사회에 더욱 기여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골든타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금 현재 포항이 골든타임에 놓여 있다고 본다. 피츠버그는 골든타임에서 살아남은 것이며, 디트로이트는 골든타임을 허비했다고 볼 수 있다. 포항이 골든타임을 아껴 사용해야 미래가 있다.
△김용민 총장 = 포항이 잘 돼야 우리 대학들도 성장한다. 또 우리 대학이 성장하면 포항도 저절로 발전하리라 생각된다. 상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지원을 통한 성장에서 비롯된 공헌이 있을 때 가능하다. 결국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출발해야 한다. 최근 포스텍은 경주-포항간 국도 주변에 설치된 홍보 현판 문안을 변경했다. `한국의 빛 포스텍, 세계와 경쟁하겠습니다`에서 `세계적 대학 포스텍의 자랑스런 터전인 첨단과학도시 포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로 바꿨다. 출발점이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한 관점의 변화와 문화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포스텍도 노력하고 포항시도 노력하면 포항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장순흥 총장 = 짧은 시간 동안 포스텍을 세계적인 대학으로 육성시킨 초기 총장들의 역할이 대단하다. 다만 포스텍 출신들이 포항을 떠난다는 것은 다소 아쉽다. 하루빨리 포스텍 출신들이 포항으로 돌아와 지역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김용민 총장 = 포항에도 어느 정도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만 운영이 잘 되느냐는 의문이 간혹 든다. 내부에서 보면 개선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실속있는 협업이 필요하다. 겉만 모양새를 갖추는 것보다는 실속있게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각종 연구소를 포항에 유치할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이런 작은 노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찾아서 차근히 풀어내야 한다.
토론회 여는 등 소통의 채널 필요-김진호 편집국장 = 지금 지방선거가 진행 중인데 선거가 끝나면 포항시장, 포항시의회나 이런 사람들과 함께 토론회를 여는 것도 필요하다. 예산 지원도 그렇고 토론을 통해 각자 입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발전이 있다.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김용민 총장 = 그 점에서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런 토론회 자리도 의미있다. 객관적인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며, 이해집단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 장순흥 총장 = 포항지역 특성상 중소기업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환경이다. 지역 대학의 총장들이 이런 역할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향후 지역 발전을 위한 소통의 장이 마련된다면 기꺼이 참석하겠다.
정리/김기태기자 kkt@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