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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삼성전자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업 만들어내야”

등록일 2014-05-26 00:47 게재일 2014-05-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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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김용민·한동대 장순흥 총장 `포항 미래를 말한다`
▲ 김용민 포스텍 총장

포항이 위기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철강 관련 산업이 집중된 데 따른 세계적인 철강경기 위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엔 중국에서 철강제품이 과잉생산되면서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형산강의 기적`을 이끈 포항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 지고 있다. 따라서 철강일변도의 산업구조를 빠른 시일내에 재편해야 포항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여기엔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한다. 어떻게 해서 포항의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경북매일신문은 이 난제를 극복하는 공론의 장을 꾸준히 마련하고자 한다. 그 첫 단계로 지난 20일 오전 포스코 국제관에서 세계적인 석학인 김용민 포스텍 총장과 장순흥 한동대 총장을 초청해 `포항 미래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철강 일변도가 위기불러… 새산업 육성하면 미국 피츠버그 아픔 겪지 않을 것”

“21세기는 소프트웨어 중심, 지역인재 둥지틀면 삼성전자 몇개 되는 회사 나올 터”

사회=김진호 본지 편집국장

▲ 장순흥 한동대 총장
▲ 장순흥 한동대 총장

-김진호 편집국장 = 먼저 두 분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포항 지역 사회가 어렵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어 두 분의 고견을 듣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 두 분이 같이 근무한 적은 있나. 그리고 포항산업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해 달라.

△장순흥 총장 = 카이스트 부총장으로 있을 당시 김용민 총장을 초빙교수로 모셨다. 김 총장은 융합 및 바이오 전문가다. 김용민 총장은 포항을 새로운 분야, 다시 말해 하드산업 보다 소프트 산업을 일으키는데 적임자라 할 수 있다. 포항에 와서 보니 실제로 위기더라. 한동대를 위기라고 봤지만, 포항은 한동대보다 더 위기인 것 같다. 지금 포항은 너무 철강산업에 의존하는 구조다. 중소기업도 모두 철강 관련 산업 아닌가. 원자력 분야에서 가장 위험한 것을 `카먼보드필`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똑같은 비상발전기 2대가 있다면 하나는 디젤엔진을 쓰고, 또 다른 하나는 터보머신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만에 하나 예견되는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똑같은 것을 쓴다면 대처가 안 된다. 포항의 제일 위기는 철강 외에 어떤 산업도 대체가 안 된다는 것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된다. 에너지, 비철, 헬스케어 등 새로운 산업을 육성 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김용민 총장 = 장 총장님의 의견에 공감한다. 철강 의존도가 너무 높다. 포항과 대비되는 도시가 미국의 피츠버그다. 당시 위기 대처를 잘 못해 피츠버그는 80년대 초 일자리 3만여 개가 1년 사이에 없어지면서 사람들이 대거 떠나버렸다. 포항은 현재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포스코가 옛날보다 조금 어렵기 하지만, 아직도 세계 최강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철강 경쟁력이 있을 때 포항시, 시민, 기업체, 대학교, 민간단체가 힘을 모아 미래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포항의 장기적인 다변화는 하루아침에 안 된다. 적어도 10~20년은 걸리는 만큼 멀리 보고 추진해야 한다. 포항은 단점도 많지만, 장점도 많다. 장점을 분석해서 포항의 사회가 한마음이 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지역의 모든 조직이 단기적 이익보다 포항의 장기적인 이익을 보고 돕는다면 80년내 피츠버그의 아픔은 겪지 않을 것이다.

-김진호 편집국장 = 포항의 산업이 울산과 곧잘 비교된다. 울산은 자동차나 조선, 석유 화학 등 다채롭다. 산업이 다양하다 보니 한쪽에서 어려우면 다른 쪽에서 보완이 가능한데 반면 포항은 철강일변도여서 외통수다.

△김용민 총장 = 포항에는 철강 이외의 에너지, 소재, IT 산업 등 소프트산업이 조금 있으나 빛이 바래고 있다. 지금 와서 어쩌겠나. 기업과 연구소를 포항에 유치하는데 대학교와 상공회의소, 시청이 같이 의논한다면 처음엔 어렵지만, 씨가 돼 자라서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 예가 지난해 피츠버그 방문에서 본 구글이다. 구글은 교수들과 학생들이 협업하기 위해 연구소를 카네기멜론 대학의 컴퓨터 공학과에 설치했다. 최초 30명의 인력뿐이었는데 잘되자 50명으로 늘었다. 인원이 더욱 불어 연구소 공간이 협소하자 학교 밖에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구소를 마련했더라. 지금은 세계적 기업이 됐지 않나. 포항에도 창업할 수 있는 환경과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연구소를 지역 대학내에서 협업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창업센터 짓고 새산업에 용감해야

△장순흥 총장 = 포항은 새 산업에 용감해야 한다. 누가 해줄 사람도 없다. 예로 에너지 분야를 한 번 보자. 지금 세계 추세는 에너지 절약이다. 포스텍과 한동대가 손잡고 혁신 기술을 개발한다면 포스코에 바로 접목도 가능하다. 그게 실험으로 성공한다면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등 울산지역에도 이전할 수 있다. IT도 마찬가지다. 과감하게 포항 같은 곳에 창업센터를 지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바라는 것은 포항시가 대학 근처에 창업지원빌딩을 만들어 무상임대 형식으로 제공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벤처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시가 유치해야 하는 것이다. 포항은 당장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새로운 씨앗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5년, 10년 후가 걱정인 셈이다. 포항에도 네이버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네이버도 옛날에 카이스트 학생 2명이 차린 작은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회사의 가치가 포스코 이상이지 않은가. 포스코와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 있는 기업 만들어야 한다. 그걸 만들려면 창조력 창의력 인재가 중요하다. 포항은 포스텍 등에 인재는 있다고 본다.

△김용민 총장 = 대학생 1, 2명이 기업 가치를 잘 만들면 몇 만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포항시와 학교, 교수, 기업 모두 바뀌어야 한다. 특히 창의적인 인재가 나오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더 좋은 일과 직업에 매달릴 것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정주여건이 좋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이런 얘기를 자주했다. 포스텍, 한동대 졸업생의 3분의 1만 지역에 머물면 포항이 달라진다. 저는 학생, 교수, 포항시, 시민들도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시민들도 포스텍 한동대 외부 학생들을 1년에 자기 집에 한 번씩만 초청해 보라. 포항을 사랑하게 만들면 학생들이 포항을 떠나도 직간접적으로 포항에 도움 주는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장순흥 총장 = 삼성보다 애플의 가치가 높다. 삼성은 하드웨어 중심인 반면 애플은 소프트웨어다. 21세기는 소프트 중심이다. 여기에 대해 투자를 해야된다. 지금 우리나라에 포항만큼 좋은 대학이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한동대는 자랑할 수 있는 후원자도 없는데 지금 수준의 대학이 된 것은 의미가 깊다. 포스텍은 세계적인 대학임은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학생들이 포항지역에서 창업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없어서다. 공간부터 우선 만들어야 한다. 대구에는 창업 센터들이 대거 몰려 있던데, 포항엔 없다. 포항시와 경북도가 과감하게 포항의 두 대학에 대해 투자해야 한다.

인재들이 졸업 후 지역에 머물도록 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발전한 이유는 스탠포드대학이 인재를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공부한 학생과 인재들이 지역에 머물러라고 조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안된다. 여건만 마련되면 포항에서 나간 인재들도 다시 와서 둥지 틀 것이다. 그게 씨앗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씨앗이 잘 자라면 포항에서 삼성전자 몇 개 되는 회사가 나올 수 있다. 우선은 좋은 사람들이 포항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 사람들 유인책이 필요하다.

지역장점 분석·실행이 곧 경쟁력

-김진호 편집국장 = 지금까지는 왜 그렇게 되지않았을까.

△장순흥 총장 = 포스코가 너무 잘 나가서…(하하하).

△김용민 총장 = 좀 더 보완 설명을 하자면 시애틀은 1970년대 당시 항공·조선산업 위주였다. 그런데 갑자기 항공산업이 위축되면서 종업원이 9만 명에서 3만 명이 됐다. 모든 사람들이 시애틀을 벗어났고 시애틀은 폐허가 됐다. 그런데 시, 민간단체, 기업체, 대학이 협력해서 시애틀이 회복하기 시작했다. 보잉사도 회복되고, 마이크로소프트사, 스타벅스, 아마존 등이 연이어 생겼다. 항공산업은 철강산업처럼 잘 될 때는 잘되고 안될 때는 안된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IT, 바이오산업 등 새 산업이 뒷받침되면서 시애틀은 경기를 잘 타지 않는 도시가 됐다. 그래서 나는 작년에 벤치마킹하면서 포항이 피츠버그랑 비슷한 점이 많긴 하지만 오히려 포항의 미래는 시애틀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순흥 총장 = 나도 시애틀에 관심이 많다. 나도 원자력과 관련해 빌게이츠 초청으로 시애틀에 갔었다. 그 중 시애틀 어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못지않은 곳을 목격했다. 어시장 옆에 들어선 스타벅스 1호점이었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걸 보면서 하이테크에만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럽의 자라나 일본의 유니클로처럼 의류산업도 가능하다. 세계 부호 중 이건희 삼성회장이 세계 98위, 자라 회장이 3위, 유니클로가 49위다. 앞으로 생활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성장동력이 나와야 한다. 문화와 곁들여져 의식주산업이 연계된다면 상당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용민 총장 = 지난해 AP포럼 회원들과 시애틀 어시장을 방문한 적 있다. 함께 간 일행들은 우리 죽도시장이 더 좋다는 말을 했다. 틀림없이 포항이 지니고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잘 분석하고 계획해서 실행에 옮긴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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