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집 `대성당`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표제작인 대성당에는 하찮고 성가시게 여겼던 아내의 친구인 맹인과의 진심어린 교감을 경험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맹인에게는 윙크나 고갯짓이나 마찬가지`이다. 그걸 통찰하게 된 주인공 나는 `보지 못해 세상을 완전하게 믿을 수만은 없는` 맹인을 이해하게 된다. 그 매개체는 카테드랄 즉 대성당이다. 맹인의 손과 화자의 손이 딱 달라붙어 대성당의 위용을 그려낼 때, 그 이미지를 가장 진실 되게 전달하기 위해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아 본다. 맹인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서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화자는 생각한다.
불필요한 설명 없이 과장된 선동 없이 작가는 이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얼핏 보면 하찮게 보이고 눈에 띄지 않는 여러 상황들을 예리하고 섬세한 작가적 시각으로 짚어내 근원적인 삶의 철학으로 격상시켜 놓는다. 충격적인 요법도 폭발적인 구성력도 전제하지 않지만 서사 하나하나에 화가의 붓질 같은 현장성도 살아있다. 진실한 사진 몇 컷 앞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두 친구가 있다 치자. 사진을 찍은 주인공은 당연히 레이먼드 카버이고, 그 앞에서 삶의 방향성을 얘기하는 두 사람은 레이먼드 카버 식 은유를 이해하는 독자에 비유할 수 있겠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