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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없이, 과장 없이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5-26 00:47 게재일 2014-05-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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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글쓰기는 논리적인 글쓰기와 그 방법에서 약간은 다르다. 논리적 추론을 포기한 자리에 심리적 비약은 얼마든지 허용될 수 있다. 공감을 구한다는 면에서는 둘의 쓰기 방법은 같은 목표점을 지향한다. 하지만 정서적 글쓰기, 특히 그것이 소설이라면 재미와 더불어 `내적 찌름`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서늘하거나 짜릿하거나 눈물겹거나 등등의 정서적 충격은 논리성과 관련 있는 게 아니라 심리적 기제와 관계있다. 따라서 문장을 생략하고, 비약하고, 건너뛰어도 독자에게 주는 소설의 내적 찌름은 약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렬한 느낌으로 전해질 때가 있다. 시시콜콜 설명하고, 친절하게 근거를 대다보면 정작 말하고자 하는 감흥이 반감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집 `대성당`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표제작인 대성당에는 하찮고 성가시게 여겼던 아내의 친구인 맹인과의 진심어린 교감을 경험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맹인에게는 윙크나 고갯짓이나 마찬가지`이다. 그걸 통찰하게 된 주인공 나는 `보지 못해 세상을 완전하게 믿을 수만은 없는` 맹인을 이해하게 된다. 그 매개체는 카테드랄 즉 대성당이다. 맹인의 손과 화자의 손이 딱 달라붙어 대성당의 위용을 그려낼 때, 그 이미지를 가장 진실 되게 전달하기 위해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아 본다. 맹인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서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화자는 생각한다.

불필요한 설명 없이 과장된 선동 없이 작가는 이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얼핏 보면 하찮게 보이고 눈에 띄지 않는 여러 상황들을 예리하고 섬세한 작가적 시각으로 짚어내 근원적인 삶의 철학으로 격상시켜 놓는다. 충격적인 요법도 폭발적인 구성력도 전제하지 않지만 서사 하나하나에 화가의 붓질 같은 현장성도 살아있다. 진실한 사진 몇 컷 앞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두 친구가 있다 치자. 사진을 찍은 주인공은 당연히 레이먼드 카버이고, 그 앞에서 삶의 방향성을 얘기하는 두 사람은 레이먼드 카버 식 은유를 이해하는 독자에 비유할 수 있겠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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