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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외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5-22 00:49 게재일 2014-05-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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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언행 및 주변 문객과의 대화를 수록한 책이 `공자가어`이다. 거기의 한 장면.

초나라 공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활을 잃어버렸다. 신하들이 급히 나서 활을 찾으려 했다. 왕은 도리어 느긋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만둬라. 어차피 초나라 사람이 주울 것 아니냐. 훗날 이 일화를 들은 공자의 반응은 이랬다. 왕이 한 말에서 `초나라`를 뺐으면 좋았을 걸.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사람이 주울 것이다, 라고 했다면 더 훌륭했을 걸.

잃어버린 활을 대하는 초나라 공왕은 그 자세만으로도 칭송받을 만하다. 평소 공왕이 지녔던 백성에 대한 기본 마음가짐이 어떠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좋은 임금은 언제나 자신을 넘어선다. 자신의 자리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지만 - 국가의 안위를 위해, 백성의 사기진작을 위해 그래서도 안 되지만 - 자신을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백성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할 줄 안다. 왕 없는 백성은 있을 수 있지만, 백성 없는 왕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화살에 대한 공왕의 일화는 작은 깨달음을 준다.

하지만 이 가르침의 크기도 공자의 덧붙임 말에 비하면 약소하다. 자신이 다스리는 초나라 사람들에게만 호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공자의 그릇은 초나라 사람을 넘어선 `사람` 자체를 다 포괄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 있는 기록 하나. 공자의 말에 이은 노자의 주석은 이러했다. 공자의 말에서 `사람`을 빼는 게 더 좋겠다고. 잃으면 줍는다. 노자는 나라와 사람을 뛰어 넘어 천지우주를 보듬은 것이다.

말은 곧 사람이고, 행동은 말을 실천하는 도구이다. 한 마디 말로도 그 사람이 드러난다. 나아가 실천적 행동으로 그 말이 증명하는 사람이라면 온전히 신뢰를 얻는다. 큰 사람은 넓게 말하고 크게 아우른다. 아무리 정의를 외쳐도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면 잘 말한다고 할 수 없다. 내 것을 위해, 내 앞의 이익을 위해 큰 소리를 내는 것보다 전체를 위해, 모두의 화합을 위해 낮은 목소리로 조근거리는 것이 훨씬 나은 말의 사용법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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