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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상대성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5-20 02:01 게재일 2014-05-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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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바삐 돌아간다.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나가려 한다. 이렇게 쓰는 내 마음이야말로 시간의 노예라는 증거다. 시간을 느긋하게 대하고 있었다면 `올해의 절반이 지나려면 멀었네. 이 정도면 괜찮아. 뭔가 해야 할 시간이 아직은 충분한데.` 이런 맘을 지녔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게 본심이다 보니 저런 긍정의 태도가 나올 리 없다. 대개의 사람들이 시간에 내몰리며 살아간다. 뚜렷한 목적이 있는 것도 확고한 목표를 가진 것도 아니면서 시간에 휘둘려 허둥대는 것만은 분명한 이 아이러니.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제대로 부릴 줄 아는, 확신 서린 자기 관리법이 대견하게 보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시간을 부릴 줄 안다고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할수록 가장 확실한 시간의 노예가 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한 시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강박이 시간을 시간 그대로 놔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그 아까운 시간에 뭔가를 프로그램화하고 스스로 만족도를 얻어야 한다는 압박을 자초하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는 제 아무리 시간을 제대로 부린다 해도 그것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될 뿐이다. 거기엔 즐기는 시간이 없고, 해결해야 할 시간만 남는다. 잘하는 자 즐기는 자만 못한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시간 없다고 말하는 건 진짜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기화해서 즐길 제대로 된 시간`을 찾지 못한 자기연민에 지나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미녀에게 구애할 때는 한 시간이 일초처럼 느껴지고 뜨거운 철판에 앉아 있을 때는 일초가 한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상대성이다”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시간의 상대성은 시간을 자유롭게 놓아주는 데서 출발한다. 시간 없다고 징징 대기에 앞서 시간을 자유롭게 풀었다 조였다 하는 마음 여유부터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장 달라지기는 힘들겠지만.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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