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안정행정부 장관을 심하게 몰아붙였다. “청와대 보고까지 한 시간 걸리고, 사건 두 시간이 지나서도 안전하다고 보고하고, 이걸 정부라고 할 수 있느냐” “안전행정부는 행동하지 않는 부가 됐다. 국민안전 포기부로 이름을 바꾸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어디 갔나” “안행부 장관은 침몰 당일 오전에 사고를 보고받고도 경찰학교 행사에 갔다. 장관은 속죄하고 머리 깎고 산 속에 들어가 수도하라” “장관은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 장관은 오늘 당장 사표 내시오” “장관은 무슨 낯으로 여기 나오는가. 오늘 회의를 끝으로 옷을 벗어라” “총체적 재난 관리의 부실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
이런 독한 소리를 들으면 “뭣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란 속담이 연상된다. 국회는 헌법이 정한 법정시한을 지난 10년간이나 위반해왔다. 위헌을 하고도 자책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헌법은 회계연도 개시일(1월1일) 30일 이전에 예산안을 확정짓도록 정해놓았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11년째 위반했다. 그 뿐이 아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다수결의 원칙을 위배하는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정신나간 법때문에 국회는 족쇄가 채워졌고, 법안처리를 `흥정거리`로 삼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라도 국회를 통과했다면 세월호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해양수산부에 관련된 공공기관은 14곳, 유관기관은 16곳, 민간 해운사는 2000곳이 넘는데, 퇴직 해수부 관료들이 가는 곳이다. 행정기관과 산하 기관 사이에는 으레 `접대`가 오가지만, 처벌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가성`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는 법`이다. 뇌물이 오갔다면 그냥 처벌한다. 그런데 이 법이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줄곧 잡혀 있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 법안심사소위에 넘겨졌다.
국회는 그동안 관피아를 도와주는 법을 많이 만들었다. 이른바 `청부입법`이었다.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국회의원도 지역구 민원이나 업계의 이익을 반영하는 청탁을 할 수 없게 된다. 자기 발에 족쇄를 채우기 싫었을 것이다. 목사님들이 자기 종아리를 때리는 행사를 했다. 자기를 가장 따갑게 때려야 할 사람이 국회의원들인데, 남 질책하는 일에 늘 앞장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