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선거철이 돌아 왔다. 4년 전 지방 선거에서 영남에서는 야당은 광역 단체장은 물론 기초 단체장까지 당선자 한 명내지 못하고, 호남 역시 집권 여당은 전폐하고 말았다. 흔히 영호남의 지역감정은 사라졌다고 하면서도 선거 결과는 아직도 그대로 표심에 반영되고 있다. 이처럼 대선뿐 아니라 지방 선거에서도 영호남의 일당 독점구조는 20년 이상 고착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 연고성에 따른 일당 독점 선거 구도는 우리 정치의 고질병이지만 그 치료는 쉽지 않다.
이러한 일당 독점의 선거에서는 특정 정당의 공천은 바로 당선으로 연결되고 있다. 대구 경북에서는 집권 여당이, 광주 전남에서는 야당이 무조건 당선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거 구도에서 `막대기를 꽂아도 무조건 당선`된다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선거무용론`까지 제기되기도 한다. 선거가 인물이나 정책대결이 아니라 소위 `묻지 마 투표`가 지속될 때 정책의 다양성과 정치의 역동성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선거구도에서 중앙 정치나 행정은 지역발전에는 관심이 없으며 당선자 역시 유권자들의 요구나 관리에는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것이다.
지역 연고에 따른 특정 정당의 독점구도는 지방 자치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지역 발전에도 역행한다. 정권 교체 시 마다 영호남은 상호 자기 지역이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양 지역이 모두 지역 발전도 경제적 이득도 얻지 못한 피해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10월 현재 대구와 광주의 고용율은 57.8%이며 그것은 전국 16개 공역단체 가운데 14위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 같은 일당 독점 선거의 악순환 구조는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정권을 획득하려고 했던 과거 정치 지도자들에게 원천적인 책임이 있다. 과거 군사 독재 정권과 3김 시대는 끝났지만 그 유물인 정당의 지역 할거구도는 아직도 온존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영남에서는 지역 연고적 여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종북 좌파`로 매도되고, 호남에서는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여당 지지를 `반민주 수구세력`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우리가 남이가`하는 정서가 표심을 좌우한다면 다른 쪽에서는 `우리가 어찌 허겠어`하면서 특정 연고 정당을 지지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일당 독점적인 지방 선거구도하에서는 정책 대결은 이루어 질수 없고, 후보의 인물의 평가보다는 정당 평가만으로 요식적인 선거만 치러지기 마련이다.
다행히도 이러한 지역 독점적인 선거 구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부터라도 지역 일당 독점구조를 깨어보자는 대구와 광주지역 교수들과 시민 단체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며 이 지역 사회의 여론도 이에 상당히 호의적이다. 그러나 이 선거에서 종래의 일당 독점 선거 구도가 어느 정도 깨어질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풀뿌리 서민들의 표심이 이러한 조류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 아직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 선거가 지역 일당 독점 구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마침 영호남 선거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상징적인 선거구가 있다. 대구의 시장 선거에서 여당 권영진과와 야당 김부겸 후보, 부산의 여당 서병수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 광주의 야당 윤장현과 무소속 강운태, 이용섭 후보의 대결이 그것이다. 3 광역시의 시장 후보들의 자질과 경력이 대등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도 현재 모두 박빙의 대결구도이어서 모두가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만약 영남에서 야권 시장이 탄생하고, 호남에서 야권 시장후보가 패배한다면 이는 일종의 선거 혁명이다. 그것은 분명 한국 정치의 경직된 일당 독점구도를 깨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