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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동양화과 폐과, 이건 아니다

등록일 2014-05-19 02:01 게재일 2014-05-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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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찬한국화가
동양화는 전통예술 가운데 대중으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예술 장르이다. 그리고 우리 역사 속의 정서와 가장 잘 맞아온 예술이기도 하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봐도 회화는 예술의 중심이다. 그래서 우리의 동양화는 그 어떤 풍파와 시련에 봉착하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보존 돼야 할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한쪽에서는 온갖 전통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거나 축제로 보존하면서 또 한쪽에서는 더 소중한 전통을 죽이고 있어서 국가적 정책이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

최근 경주 대학생 참사 사건이나 세월호 사건으로 대학생들과 국민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고조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특성화사업계획으로 인한 대학내 통 폐합사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커다란 쟁점으로 부상하는 듯하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대학은 교육부의 지침에 부응하듯 일방적으로 폐과로 몰아가고 있어 동문, 재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에 곤혹을 치루고 있다.

계명대의 경우 학과 교수들의 주장은 취업이 폐과의 원인이다. 우리도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을 하고 미술대학 학장은 입시 등 전반적인 것이지 취업만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본부의 입장은 특성화사업에 의한 대학내 평가에서 꼴찌한 학과라고 말한다. 이미 답은 나와 있는 셈이다. 평소 운영에 소홀하고 방치한 학과 교수에게 최우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잣대로 폐과로 결정한 학교당국의 책임도 크다.

그동안 동양화과가 문제가 있었다면 왜 학교당국은 방치하고만 있었는가? 과감하고 혁신적인 학과 개혁을 요구했어야지 뭘 했나? 그렇다면 그들도 직무유기 아닌가? 매년 교수평가를 엄중하게 해서라도, 연봉과 퇴직을 무기로 해서라도 과감히 변화를 요구했어야지 뭘 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동양화과 교수들은 뭘했나? 취업핑계만은 능사가 아니다. 제자들은 배운 것 없이 4년을 보냈다고 아우성이다. 그럼 놀고먹었다는 것 아닌가? 서울지역의 잘 운영되고 있는 동양화과를 한번 넘나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전통산수, 역사인물 초상화, 불화, 서예 이건 졸업 시 달관하지 못하면 졸업이 안되는 학교도 있다. 대학은 기초만 잘 가르쳐 놓아도 사회에 나가면 먹고 산다. 동양화에선 그것이 실용이다. 그리고 학교당국이 원하는 해외교류 했어야지, 지금 와서 연봉 삭감 타령을 왜 하는지 실망스럽다. 필자의 개인적 입장으로서는 왜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학과를 운영 못했는지 의문이 간다. 그리고 동문들과의 소통, 제자들에 대한 배려, 진심어린 교육, 적극적인 사회봉사, 국제교류, 동양화의 교육 연구 등을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다.

이젠 폐과로 결정 났다. 재학생이 자퇴서를 내고 강의를 거부하고 동문들이 분노하는 상황에 학교당국도 학과교수도 어물어물 넘어가려 한다. 변명만 늘어놓는다. 정년만 채우자는 건지 전쟁에서 패장처럼 도망가자고 하는지 참 실망스럽다.

미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화가는 화가다. 피카소도 고갱도 세잔느도, 솔거, 정선, 장승업, 이중섭, 박수근, 이응노, 이인성 그 모두 직업이 있었는가? 정부도 교육부도 계명대도 참 몰라도 어찌 그리도 모를까? 동양화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돼야 할 과목이다. 계명대가 교양으로 가리키는 종교 과목 못지않은 분야이다. 실제 어느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대학은 10명, 15명 정원 단위의 예술, 한국문화에 대한 학과를 개설 해놓고 아예 졸업 때까지 돈 한 푼 안 받는 전면 장학생으로 100% 뽑는다. 중요한 건 학교 교과과정에 종교에 관한 과목은 하나도 없다. 교·학분리를 잘 운영하는 대학인 셈이다.

지금 계명대학 동양화과 폐과가 한국미술협회차원의 정부, 교육부를 상대로 한 폐과저지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학교당국의 빠른 철회와 보완이 없는 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로 남을까 두렵다. 지금 동문들과 재학생들은 밥을 굶어가며, 강의를 거부하며 전사로 자처하고 있다.

동문 선배의 한 사람으로 지혜로운 사태 해결을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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