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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세의 심리학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5-16 02:01 게재일 2014-05-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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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잡지 한 귀퉁이를 보면 `오늘의 운세`라는 것이 있다. 한 수 더 떠 요즘은 전화 한 통에 사주나 운세를 봐준다는 광고가 실릴 정도이다. 사주나 운세 등에 관한 기사나 광고 등이 예삿일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거기에 의존한다는 말도 된다. 우리 전통 문화의 토양이 사주나 운세 등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것도 이런 현상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오늘의 운세나 혈액형으로 보는 성격 유형 등에 나오는 서술 내용은 사실 변별력이 거의 없다. 대개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이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심리학에서는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 한다.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특징을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학생들에게 각각의 성격 테스트를 한 뒤, 결과와는 상관없이 똑같은 내용의 결과지를 나누어준다. 그것을 모르는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테스트 결과가 자신의 성격과 잘 맞는다고 대답한다. 사람에게 있는 보편적 특성을 개인에게 적용하면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특수한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각종 점술은 바넘 효과의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 불안한 심리 상태의 내방자는 이미 상담자가 들려주는 얘기를 믿을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상태에서 막연하고 일반적인 특성이나 확률적으로 높은 사항을 묘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특징이 있다는 사실은 인식할 겨를이 없고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만다. 더구나 그런 보편적 얘기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좋은 것들이라면 그것을 정당화하는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운세 서비스나 점술 등에 의지하는 게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합리적 대안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안한 현대인들은 자신을 맡기고 조력을 구할 만한 데가 없다. 따라서 유명 철학관이니 족집게 점집이니를 찾아다니는 우리들 불안의 행보도 바넘 효과의 진실을 인식하는 정도 선이라면 굳이 말릴 이유가 없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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