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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고리를 끊지 않으면 참사는 계속된다

등록일 2014-04-25 02:01 게재일 2014-04-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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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상문포항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 서상문포항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선장, 선원들이 초동대응만 제대로 했더라면 자신 보다 3분의 1도 살지 못한 많은 어린 생명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원 구속된 선원 15명은 사주 측이 경비절감 한답시고 고용한 함량미달의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뺑소니 차원을 넘어 깊숙한 곳에 칡넝쿨처럼 얽혀 있던 원인들이 일거에 분출된 예고된 인재다. 지금까지의 경찰수사가 말해주듯이 언젠가는 분명 사고가 날 거라는 걸 알고서도 정부 감독기관이 20년간 항로를 독점하도록 해운 선박회사의 갖가지 탈법과 부정을 눈감아 줬으니 말이다. 우리사회에 고질화 돼있는 황금만능 의식과 게걸스런 부자들의 `갑질'이 결합돼 곪아 터진 것이다. 갑질의 횡포가 어떤지는 살아오면서 각기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조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 선박회사는 갑이자 을이다. 직원과 선원들에게는 비정한 갑이지만, 검은 돈으로 결탁된 감독기관에게는 몸을 납작 숙이는 비굴한 을이 되는 거다. 전자는 착취와 피착취의 갈등 관계이고, 후자는 공생하는 유착관계다. 양자는 공히 대한민국을 이루는 한 몸이지만 최종 피해는 늘 서민만 떠안게 된다. 이번 사건은 영혼이 썩은 부패의 밧줄이 사지를 옭아매어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있음을 알리는 표증이다. 가히 중증 수준이다.

부패는 개인에 그치지 않고 정권을 썩게 만들어 종국엔 나라와 민족 전체를 거덜낸다. 세계제국 로마가 망한 건 가진 자들의 향락성 부패 때문이었다. 부패는 중국역사상 최대 판도를 건설했던 대청제국도 내리막길로 가게 만들었다. 청에 이어 건국된 중화민국의 장개석 총통은 중국을 침략한 외부 적보다 내부 부패를 더 우려했다. 결국 우려대로 부패 때문에 저 큰 중국대륙이 공산화 됐다. 세계 최강 미군 60만 이상의 병력과 첨단 무기 장비를 쏟아 붓고도 공산세력을 막지 못한 남베트남도 관료들의 부패 때문에 망했다. 부패를 감시 제어하지 못한 남베트남 국민들의 무기력함도 한몫 했다.

우리의 부정과 부패도 만만치 않다. 한 마디로 시쳇말로 `개판'이다. 국가권력이 힘을 쓰지 못하니까 말이다. 감시 감독해야 할 정부의 주무 기관이 오히려 선박회사의 뒤를 봐주고 그들과 한 통속이 돼 이익을 나눠먹고 있으니 동업자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둔 꼴이다. 우리 사회 최대 갈등이라고 일컬어지는 남남갈등 보다 더 심각한 게 계층간 갈등이다. 모든 걸 독식하는 기득권층의 독점적 횡포, 비정한 착취에서 비롯된 사회적 약자들의 경제적 궁핍, 깊은 불신, 치유 어려운 상처, 사회적 고독, 심리적 자포자기는 가히 위험 수위다. 평균 40분에 한 사람 꼴로 죽음을 택하는 자살이 왜 끊이지 않고, 인재에서 비롯된 대형 참사가 왜 빈발하나? 외양 번듯한 백화점이 통째로 내려앉고, 한강 다리가 교각 채 내려앉으며,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잘 가던 비행기가 곤두박칠 치고, 씽씽 달리던 열차가 뒤집어진 일이 한 두 번이었나?

이번 사고로 여실히 증명됐지만 슈퍼 기득권자인 부도덕한 재벌기업과 이와 공생하는 권력과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이번 참사는 우리에게 그 점을 강력하게 경고한 사건이다. 문제의 선박회사 사주를 단죄하고, 선장을 엄벌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어느 특정 정권의 잘잘못을 따질 일도 아니다. 길게 잡으면 참사는 건국 이래 쌓지 못한 합리성과 공사 구분, 짧게는 규제와 특혜를 무기로 자기 입맛대로 권력과 권한을 사유화 해온 역대 정치지도자들이 남긴 누적된 부패와 무능이 가져단 준 필연적인 사고다. 원인을 근원적이고 구조적으로 찾아내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할 사회시스템의 총체적인 재구축과 가치관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대형 인재는 지속될 것이다. 문제의 근원인 국가 차원의 부패를 뿌리 뽑지 못하는 처벌은 단지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 눈앞의 환부만 도려내는 국부치료에 불과하다.

정권차원을 넘어 민족최대의 시험대에 올랐다. 더 썩어 문드러지기 전에 정신과 사회를 전면 개조하고 구태의 권력 작동방식을 용납하지 않으며, 권력과 자본의 유착을 감시하는 행동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스스로 깨어나 두 눈 부릅뜬 역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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