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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가둔 편견의 틀 깨고 싶었어요”

연합뉴스
등록일 2014-04-17 02:01 게재일 2014-04-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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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서 오은수 역 열연한 이지아
배우 이지아는 생각보다 밝았다. 또 생각보다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

지난달 말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끝나고 2주 만에 인터뷰에 나선 그를 지난 14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그는 그 사이 소속사를 옮겼고, 밀린 잠을 자고 그동안 못 갔던 맛집도 찾아다녔다고 했다.

생각보다 밝았던 건 `아버지가 다른 두 아이를 낳고 두 번 이혼한 오은수`에게서 어느 정도 빠져나올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기 때문인듯 했다. 하지만 오은수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새 다시 울컥하기도 했다.

매회를 다 챙겨봤지만 마지막회는 차마 볼 수 없어서 일부러 약속을 잡고 나가 술을 마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연기 지도를 해줬던 배우 김해숙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하다 펑펑 울었단다. 아직도 마지막 방송은 보지 못했다며 “이게 무슨 마음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긴장한 건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는 대작 드라마 `태양사신기`(2007)에서 톱스타 배용준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연기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베토벤 바이러스`(2008), `스타일`(2009), `아테나:전쟁의 여신`(2010)까지 김명민, 김혜수, 차승원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연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2011년 초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때 즈음 세상을 들썩이게 한 비밀 결혼과 이혼, 소송 사실이 갑작스럽게 알려졌고, 그해 말 드라마 `나도, 꽃`으로 복귀했지만 제작발표회 이외의 인터뷰는 피했었다.

“공격도 많이 받고 상처가 있다 보니 주눅이 들어 있었다”던 그가 오랜 공백 끝에 선택한 작품이 김수현 작가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라고 했을 때, 그 선택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도 “세 번이나 결혼한다는데 쉬울 수가 없었죠”라며 웃었다.

“부담되고 겁도 났어요. 선생님 작품은 힘들기로 유명하고 기대치도 높아서 거기서 잘해내면 충분히 인정받겠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죠. 선생님 작품 특유의 말투와 연기가 처음부터 익숙한 사람은 없겠지만 전 그동안 워낙 트렌디한 드라마만 해서 더 힘들었어요.”

그는 첫 대본 연습 날 “많이 지적받고 혼났다”고 했지만, 김 작가가 그에게 해준 말은 `자신감을 갖고, 네가 가진 걸 깨고 나오라`는 따뜻한 응원이자 격려였던 듯했다.

여주인공 캐스팅이 쉽지 않았던지라 다른 배우들은 먼저 몇 차례 연습을 진행했고, 뒤늦게 합류한 그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그때 당황해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 자리에 계셨던 분이 전해준 말씀으로는 제가 그렇게 지적받고 혼나면서도 캐릭터의 감정에 대해서 계속 질문을 했대요. 그게 전혀 주눅이 들어 보이지 않아서 제가 하겠구나 하셨다고요.”

“많은 사람이 오은수와 저를 연관지어 볼 수도 있을 테니 당연히 부담스러웠죠. 고민도 많이 했고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저 스스로 틀을 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은 외국처럼 연기를 연기로만 보지 않는 게 있고, 나 또한 그런 시선을 두려워하는 것도 편견이잖아요. 그런 걸 신경 쓰는 게 배우로서 옳은 걸까…. 김수현 선생님의 작품을 하면 정말 많이 배우고 얻어갈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고, 그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굳이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지키고 싶었던` 일들이 세상에 까발려졌을 때, 그는 많이 힘들었고 “시간이 지나도 무뎌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관심과 시선이 너무 자극적인 것들이어서 `나는 유난히 힘들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그 관심이 조금만 좋은 거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참으로 소박한 바람을 밝히며 또 웃었다.

배우에게 대중의 관심과 사랑은 배우로 살 수 있게 하는 축복이자 함께 짊어져야 할 천형일 수밖에 없을 터. 혼자서도 충분히 아팠을 고통을 배우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더 혹독하게 겪었으니 배우가 된 걸 후회하진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후회한 적 없다. 배우로서의 내가 좋다”고 했다.

“죽여봐야 죽이는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굴곡을 겪을수록 감정이 깊어지는 건 당연할 테니 배우로서 너무 순탄하게 살아온 것보다는 아무래도 낫겠죠?”라고 되물으며 애써 더 밝게 웃는 그는 강한 듯 여려 보였고 여린 듯 강해보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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