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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의 길을 묻다, 獨 통일전문가들에게

등록일 2014-04-14 02:01 게재일 2014-04-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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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반도에서 통일이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이룩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날에도 독일이 통일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분단의 현실이 매섭고 가혹하지만 통일의 기운이 봄꽃처럼 찾아올지도 모른다. 통일은 노력 없이 우연히 요행으로만 찾아오지 않고 깨어서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이것이 24년 전 독일 통일이 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커다란 역사의 교훈이다.

나는 10여년 전 통일 독일 전역을 돌아볼 행운이 있었다. 고맙게도 아데나워 재단이 분단국인 한국의 학자, 언론인, 국회의원 20여명을 초청하여 통일의 현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어느 중앙지의 `통일이 미래다`라는 장기 시리즈는 독일 전문가들의 솔직한 통일 경험과 노하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전문가들의 이론만 뿐만 당시 동서독 정치 지도자의 경험적인 제안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이 나라 정치권이나 학자, 전문가, 국민들이 꼭 새겨 들어야할 대목이 많다.

먼저 그들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기외르 기 첼 오스나브뤼크 대 교수는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중국의 협조를 역설하고 있다.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 핑을 통일의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독이 소련의 당시 대통령 고르바초프를 안심시키고 소련의 협력을 이끈 것처럼 한국의 외교는 시진핑의 지지와 협력을 얻는 것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더구나 북·중 혈맹관계가 유지 되는 현시점에서 그것은 지극히 어려운 난제이다. 그래도 우리는 대미 대중 균형 외교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독일 전문가들은 통일전이라도 대북 투자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요하임 라그니츠 IFO 경제 연구소 부소장은 “북한 특정지역을 집중 개발해 모법 사례를 만드는 등대 방식으로 북한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전 동독 총리 한스 모드로는 “남북 경제 특구가 늘면 양측 간의 갈등이 생겨도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성 특구 모델이 해주, 남포, 원산, 청진, 신의주로 확대될 경우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남북 경제 협력 모델을 흡수 통일이라는 논리로 대응하기 때문에 그 확대는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대북 투자 확대 책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셋째, 독일의 정치가와 기업인들은 한국에서 통일 비용의 공포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하고 있다. 통일만 되면 주변 4강이 모두 통일 국가의 `거물 투자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울리히 블룸 독일 할례대 경제 연구 소장은 “북한군 119만명을 통일 후 산업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는 다소 성급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 북조(北朝) 의학 협회 사무총장이며 본 대학 종신교수인 이종석 박사는 “북한의 비참한 의료 현실을 감안하여 통일 이전 북한의 의료 인력을 남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것도 결국 통일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교류 협력과 지원을 퍼주기 논쟁에만 매몰할 것이 아니라 통일 비용 절감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넷째, 통일의 대상인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셀 호프만 예나대 교수는 “북한 주민은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통일을 이뤄가는 파트너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동독 총리 로타어 데메지에르의 “독일 통일은 동독주민이 이뤄냈다. 한반도 통일도 북한 주민이 스스로를 어떻게 해방시키느냐에 달렸다”는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사실 한반도 통일은 북한 당국과의 협상의 방식으로는 결코 합의 될 수 없는 사안이다. 동독의 주민들의 자식들의 장래를 위한 서독 행을 선택한 것이 결국 독일 통일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나 식량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없는 북한 땅에서 아직도 수령님만 찬양하는 주민들이 정대 다수이다. 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결국 여기에도 잦은 접촉과 변화라는 장기 처방만이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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