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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허용 정도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4-01 02:01 게재일 2014-04-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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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가 아첨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사실대로 말해도 그가 화를 내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있다면 그는 그들의 존경심을 잃고 만다.” 마키아벨리도 군주, 아니 인간의 심리에 대해 어지간히 파악한 자였다.

현명한 리더는 제 약점을 맘껏 말해도 좋다고 주변인들을 안심 시킨다. 누군가 리더 자신의 허물에 대해 말한다면 요즘말로 쿨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나아가 프로젝트 실패에 대한 리더로서의 책임을 물어 누군가 객관적이고 냉철한 논평을 한다 해도 평정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 자부한다. 하지만 리더의 현명함은 여기까지다. 모든 약점과 온갖 실패에 대한 충언까지 감당할 수 있는 군주는 없다는 뜻이다. 세상 대부분의 CEO들이 왜 저마다의 근엄함으로 제 권위를 지키려 하는가를 보면 답이 나온다.

따라서 마키아벨리의 저 명언은 이렇게 풀어 쓸 수 있다. 현명한 군주는 열린 마음이 준비 되어 있다. 그렇다고 제 명예심을 해칠 정도로 사람들의 솔직한 언행을 바라는 건 아니다. 존경 받고 있다는 자존만큼은 어떻게든 지키고 싶어 한다. 어디 군주만 그럴까. 세상 누구나 자의식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의견 또는 평가나 비난을 받아들인다. 상대가 발 들일 틈조차 허용하지 않고 자신의 잣대만을 고집하는 이도 있으니 이 정도의 열린 마음만 있어도 모두 현명하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행의 한계치는 누가 정하나. 현명한 사람 곁에 현명한 친구가 모인다는 전제하에 그것은 발언하는 당사자에게 달려 있다. 그들은 상대의 맘을 손상시키지 않는, 다시 말하면 서로의 자존에 폐가 되지 않는 정도의 진솔함이 어디까지인지를 잘 알고 있다. 타자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제 자존을 귀히 여기기 때문이다. 아첨과 진솔함의 경계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말을 현명하게 부릴 줄 안다. 넘친다거나 모자란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군주가 그것을 알아채도록, 제 현명함의 한계치를 잘 활용할 줄 안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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