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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날개처럼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3-27 02:01 게재일 2014-03-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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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소이(大同小異)`란 말이 나오는 기사를 읽다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거의 같다, 라는 뜻으로 쓰이는 이 말의 진짜 의미는 뭘까? 작게 보면 다를 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같다는 뜻일까, 아니면 크게 보면 같을 수도 있지만 작게 보면 다르다는 뜻일까. 원래 같다는 것을 말하려 했을까. 혹시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것이었다.

출처를 찾아보니`장자(莊子)`의`천하편(天下篇)`이다. 친구인 혜시(惠施)의 논리를 장자가 전하는 형식이다. `크게 보면 같다가도 작게 보면 다르니 이것을 소동이(小同異)라 하고, 만물은 모두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니 이것을 대동이(大同異)라 한다.`고 되어 있다. `만물을 넓고 차별 없이 사랑하면 천지도 하나가 된다.`라는 말로 귀결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혜시는 자기가 천하를 달관한 자라고 자부하여, 이로써 여러 사람을 가르쳤다.`라며 장자가 의견을 단 부분이었다. 그 뉘앙스에는 어쩐지 친구인 혜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스며있다. 그렇다고 우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고 둘의 관계가 친구이자 논적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혜시의 무덤 앞을 지나던 장자가 시종에게 말했다. `초나라 사람이 자기 코끝에 흰 흙을 파리 날개처럼 얇게 바르고 석수장이에게 그것을 깎아내게 했다. 바람소리가 날 정도로 도끼를 휘둘러도 믿고 꼼짝 않고 있었으니 흙은 다 깎이고 코도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은 임금도 자기에게 그 솜씨를 보여 달라고 했다. 석수장이는 그 사람이 죽어 이제는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나도 석수장이처럼 혜시가 죽은 뒤로는 함께 할 이가 없구나.`

학문적으로는 티격태격했지만 우정에서는 지기(知己)였기에 장자는 혜시더러 `자기가 천하를 달관한 자라고 자부하여`라며 냉소적 의견을 덧붙일 수도 있었으리라. 토 달아도 좋으니, 내 코에 앉은 파리 날개처럼 얇은 흙을 깎아 줄, 믿을 만한 도끼 자루를 휘두를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 받을 일일런가.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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