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를 찾아보니`장자(莊子)`의`천하편(天下篇)`이다. 친구인 혜시(惠施)의 논리를 장자가 전하는 형식이다. `크게 보면 같다가도 작게 보면 다르니 이것을 소동이(小同異)라 하고, 만물은 모두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니 이것을 대동이(大同異)라 한다.`고 되어 있다. `만물을 넓고 차별 없이 사랑하면 천지도 하나가 된다.`라는 말로 귀결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혜시는 자기가 천하를 달관한 자라고 자부하여, 이로써 여러 사람을 가르쳤다.`라며 장자가 의견을 단 부분이었다. 그 뉘앙스에는 어쩐지 친구인 혜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스며있다. 그렇다고 우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고 둘의 관계가 친구이자 논적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혜시의 무덤 앞을 지나던 장자가 시종에게 말했다. `초나라 사람이 자기 코끝에 흰 흙을 파리 날개처럼 얇게 바르고 석수장이에게 그것을 깎아내게 했다. 바람소리가 날 정도로 도끼를 휘둘러도 믿고 꼼짝 않고 있었으니 흙은 다 깎이고 코도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은 임금도 자기에게 그 솜씨를 보여 달라고 했다. 석수장이는 그 사람이 죽어 이제는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나도 석수장이처럼 혜시가 죽은 뒤로는 함께 할 이가 없구나.`
학문적으로는 티격태격했지만 우정에서는 지기(知己)였기에 장자는 혜시더러 `자기가 천하를 달관한 자라고 자부하여`라며 냉소적 의견을 덧붙일 수도 있었으리라. 토 달아도 좋으니, 내 코에 앉은 파리 날개처럼 얇은 흙을 깎아 줄, 믿을 만한 도끼 자루를 휘두를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 받을 일일런가.
/김살로메(소설가)